언제부터인가 국내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종종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다. 외산 게임 등살에 밀려 '토종 게임'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한국 게임시장에서 외산 게임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PC방 점유율에서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 등의 외산 게임의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매출 순위에서 외산 게임의 이름을 찾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만 보면 게임 업계 전반에 외산 게임으로부터 토종 게임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유저들 사이에서는 '외산 게임으로부터 토종 게임을 지키자'는 분위기에 염증을 느끼는 부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굳이 외산 게임과 토종 게임을 구분 지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움직임도 보인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외산 게임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토종 게임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대의명분을 내건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중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게임은 극히 드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종 게임 프레임'을 내세우는 게임에 대해 유저들은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게 됐다. '토종, 국산 운운하는 게임은 결국 게임성이 부족하다'라는 선입견이다.

또한 이러한 작품들이 정말 토종 게임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사명감을 띄고 출시된 게임들이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대의명분을 지닌 작품이라면 그에 걸맞은 품질을 갖추고 있어야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인데, 그러한 사례가 거의 없었으니 유저들에게 '토종, 국산' 프레임이 그저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격히 번지고 있는 국뽕(맹목적인 애국심을 일컫는 인터넷 조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토종 프레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산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오히려 토종 프레임이 거론되는 게임에 대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편하게 장사하려고 한다'는 시선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외산 게임에 시장이 잠식당한다는 것이 산업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기술이나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게임산업 인프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는 산업계에서 걱정할 일이고 방지해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유저들에게까지 넘길 이유는 없다. 유저들은 결과물을 받아들고 선택하는 존재다. 수요층에게서 선택받지 못 했다면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먼저다.

유저들은 토종 게임이라서 외면하는 것이 아니고, 외산 게임이라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국내에 들어온 외산게임이 모두 성공한 것도 아니며, 수없이 많은 외산 게임이 들어왔다가 실패의 쓴잔을 들이킨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유저는 ‘국적이 아닌 품질’을 보고 선택한다는 증거다.

물건이 좋으면 해외에서 구입을 해서라도 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농산물 시장에서도 신토불이 마케팅을 하지 않은지 오래된 지금, 게임 산업에서 신토불이 마케팅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여겨질 뿐이다.

토종을 운운하기보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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