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IP를 활용한 게임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만큼이나 다양하며, 각 인물의 활약상의 크기만큼이나 그 인기와 완성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삼국지 조조전은 이런 수많은 삼국지 관련 게임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게임이다. 삼국지 영걸전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게임은 1998년에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도 90년대 PC SRPG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게임이 모바일게임으로 다시 탈바꿈 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10월 6일 출시된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시된 게임이다. 삼국지 영걸전의 정식 시리즈라는 기대감에 편승한 것인지, 아니면 게임 자체의 완성도 덕분인지 이 작품은 금일(14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6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게임은 원작의 향취를 그대로 간직하되, 비주얼적인 요소는 더욱 발전시킨 연의편과 건물을 짓고 병력을 육성해 성을 지키거나 다른 성을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편으로 구분된다. 원작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 전략 모드를 더한 것이다.

비공개테스트 당시 연의편에 비해 큰 호응을 얻지 못 했던 전략편은 이번 출시 버전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전략편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물의 종류가 대폭 증가했고, 획득할 수 있는 보물의 등급 역시 연의편보다 전략편이 높다. 장수를 얻기 위해서는 전략편에서 영토를 확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연의편을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군량' 역시 영토를 확장해서 늘릴 수 있다.

다양한 인물들은 삼국지를 빛나게 하는 소재이며,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인물들을 게임의 시스템으로 녹여냈다. 계보 시스템이 그것이다. 유저는 차례대로 계보에 등록된 장수들을 전략편을 즐기면서 해금하게 된다. 단, 익히 알려진 인물들은 계보의 최종단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반복적인 플레이를 해야만 '네임드 장수'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가챠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유저들이 다양한 인물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삼국지 조조전의 향취를 기억하고 SRPG를 즐기기 위해 진입한 이들에게 전략편을 강제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좀 더 풍성하고 편리하게 연의편을 즐기기 위해서는 전략편을 무조건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모드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느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해야하는 현실을 담은 것으로 느낄 것인지는 유저의 취향에 따라 갈릴 것이다.

원작이 워낙에 SRPG 장르의 명작으로 꼽히는 게임인지라,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의 연의편은 역시 무척이나 깊은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후반 콘텐츠 고갈을 우려한 탓인지 개발진이 의도적으로 게임 진행에 허들을 심어놨다는 느낌을 주는 점은 아쉽다. 게임을 진행할 수록 장수 승급에 필요한 자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송급을 시켜야 하는 장수의 수도 늘어난다. 전략편을 통해 자원을 수급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유저에게 필요한 자원을 손에 넣으려면 전략편에만 유저들이 매달려야 하는 구조다. 

또한 원작이 전략적으로 전투를 펼치기 위해 자신이 필요한 혹은 좋아하는 장수를 육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작품은 전략편에서 건물을 만드는데 공을 더 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국지라는 IP는 분명 인물 중심의 IP이기에 이 외의 부분에 자원과 시간을 소모하도록 하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원작의 팬이나 연의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전략편을 강제적으로 해야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 게임은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연의편의 완성도는 무척 높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발전한 그래픽과 원작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조조전의 팬들에겐 짜릿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 구석구석에서 유저 친화적인 모습보다는 개발진의 고집이 느껴지는 탓이다. 테스트 당시 수차례 지적된 병종 밸런스나 전략편의 밸런스, 불편한 인터페이스는 출시 버전에서도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 

테스트 당시 이에 대한 지적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였고, 제법 장기간에 걸쳐 게임이 개발됐다. 즉, 유저 피드백을 받을 시간은 충분했고, 이를 게임에 반영할 시간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개발진이 유저의 의견을 몰라서 개선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워 유저들을 적응시키려는 자세를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는 부분이다. 개발진이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게임들이 유저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 결국 유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게임 자체의 재미는 충분하다.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유저들이 유닛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도 무척이나 훌륭한 결정이었다. 과연 이 게임이 초반의 기세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초반에 반짝했다가 낮은 순위를 향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또 하나의 게임이 될 것인지. 향후 업데이트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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