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1년 여정을 정리하고 앞일을 내다보는 자체 게임쇼 '블리즈컨 2016'이 지난 주말 성대하게 진행됐다.

이번 '블리즈컨 2016'에는 소문난 잔치에 맞게 먹을거리도 풍성했다. 20주년을 맞이한 디아블로3의 신규 콘텐츠와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의 신규 영웅 및 전장, 하스스톤 확장팩, 오버워치 신규 영웅 등 모든 블리자드 라인업에서 신규 소식들이 등장해 다채로움을 더했다.

기존 게임 콘텐츠 업데이트와 더불어 블리자드의 비전이 담긴 새로운 이야기들 역시 공개되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오버워치의 e스포츠 리그 강화와 구글 딥마인드와 스타크래프트2의 협력은 국내에서도 크게 관심이 쏠릴만한 이야기였다.


그 중 오버워치 e스포츠 리그 강화는 지금의 e스포츠를 프로단계의 일반 스포츠 리그처럼 격상화 시키는 작업이다. 이벤트 형태로만 열리고 있는 e스포츠를 지역별 연고를 두어 야구나 농구처럼 지역 기반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부분의 e스포츠 팀들은 후원 기업이 직접 팀을 창단하고 선수 운용과 팀의 방향성에 개입해 끌어간다. 하지만 해외의 e스포츠 팀들은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이면서 구단주가 스폰서를 구하는 형태가 많다. 때문에 비인기 팀들은 스폰서를 구하거나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블리자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역 연고 기반 e스포츠 리그를 제안한 것이다. 지역 기반 e스포츠가 완성되면 구단주들은 입장권, 지역 광고 등의 안정된 재정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일반 스포츠 연고지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훨씬 이상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오버워치의 지역 연고 기반 e스포츠는 성공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이미 북미와 유럽 스포츠 중계 채널에서는 e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송출하기 시작했고 산업 자체가 확장되면서 기존 스포츠클럽들도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장 실현은 힘들지 몰라도 기존에 구축된 북미 스포츠 시스템을 기반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가치는 있다. 스타크래프트로 e스포츠의 태동을 알렸지만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 등과 같은 MOBA에 선두를 내준 블리자드는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 셈이다.

블리자드는 향후 10년을 내다볼 비전으로 오버워치와 이어지는 e스포츠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스타크래프트와 이어진 e스포츠로 초중반 큰 성장을 이룬 경험을 그대로 살려 발전시켰다.

안타까운 점은 e스포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블리자드가 제시한 최신 e스포츠 시스템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e스포츠 기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선전하고 있는 한국의 선수들과 달리 e스포츠에 대한 무관심과 줄어드는 투자, 사라지는 리그들은 한국 e스포츠의 먹구름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많은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유출된 것처럼 오버워치는 초반부터 많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블리자드는 각 게임에 맞는 다양한 e스포츠 리그를 개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게임을 즐기고 e스포츠에 응원하는 팬이 있다면 모두가 안정적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게임 개발사와 리그의 형태 등 전반적인 e스포츠 환경이 변해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재정비를 거치고 대비를 이어가야 된다. 서로의 이권으로 수익만을 고려한 다툼의 피해는 결국 e스포츠 산업 자체와 선수들 및 팬들이다.

이제는 더 이상한 종주국의 자부심으로 기존의 시스템을 고수해서는 산업 자체를 통째로 빼앗길 수 있다. 지금도 늦었지만 앞으로 더 늦어진다면 한국은 결국 선수들 수급 국가 혹은 이름뿐인 종주국만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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