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포켓몬 GO는 한국 시장에서도 출시와 함께 엄청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매출 측면에서는 리니지2 레볼루션에 밀려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와 이 게임이 일으킨 파장은 게임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현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영향력만 따지면 단연 '원탑'이라 하겠다.

흥미롭게도 포켓몬 GO가 초반부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자 익숙한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포켓몬 GO가 글로벌 시장에 처음 출시 됐을 당시처럼 AR과 VR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 GO의 기세가 잠시 주춤하자 이와 함께 수면 밑으로 사라진 것 같았던 VR, AR에 대한 관심이 이 작품의 국내 시장 성적과 함께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포켓몬 GO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고 몇 달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국내 시장에 출시됐기에 이 기간 동안 VR, AR 게임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면 이러한 분위기도 납득할만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새로운 플랫폼이 가능성을 보이기에는 반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다. 지난 반년간 VR, AR 게임 시장은 예상보다 성장이 더뎠으며, 이 시장에 게임을 출시한 기업들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포켓몬 GO의 성공이 VR, AR 게임 시장 성장을 가속화시키지는 못 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포켓몬 GO의 성공은 AR 기술이 대단해서라기보다는 IP의 특성이 AR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점에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VR, AR 게임 출시 계획을 밝히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포켓몬 GO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 이어졌다. 

오히려 포켓몬 GO는 VR, AR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IP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게임의 핵심적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교환, 육성, 본격적인 대결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지 않자 게임의 인기가 빠르게 하락했다는 점을 많은 점을 시사한다.

바로 VR, AR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VR, AR'이 아닌 '게임'이라는 점이다. 허나,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개발 계획 혹은 출시 계획이 공개된 게임 중 VR, AR 기술이 아닌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공개하고 강조하고 있는 게임은 없다시피 하다. 

게임 자체의 재미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없이는 그저 '시류에 편승해 투자금을 받기 위한 프로젝트' 정도로 인식될 여지가 높다. 또한 이런 식의 게임들이 시장에 대거 등장하면 VR, AR 게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물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역시 빠르게 식을 가능성이 크다. 섣부른 VR, AR 게임에 대한 기대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자라나지도 않은 씨앗을 보고 '올해는 풍년이 들 것이다'라고 예상하는 농부는 없다. VR, AR 게임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 싹을 틔우는 정도에도 미치지 못 한다. 씨앗에 겨우 뿌리가 나서 땅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하나의 성공사례를 보고 일반화 시키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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