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00을 개발하겠다'는 말이 나올때면 짝 맞추기라도 하듯이 대중들의 비난이 그 뒤를 따른다. 취지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무언가가 흥행을 하면 그 뒤를 답습하듯이 무미건조하게 따르기만 하는 행태에 대한 비난이며, '한국형' 이름을 달고 진행된 일들의 결과가 언제나 기대이하였기에 생긴 반작용이다.

포켓몬 고가 국내 시장에 뒤늦게 출시됐다. 세계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약 반년만에 출시된 탓에 국내 시장 흥행에 있어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포켓몬 고는 이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기세를 타고 유저들의 사랑을 찾했다.

이런 와중에 다시금 '한국형 포켓몬 고'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시장에 퍼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이는 국내 게임시장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개발력이 없다. 성공사례를 단순하게 따라하기만 한다. '한국형 포켓몬 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닌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이야기다. 대부분 개발자, 기획자들이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작 '한국형 포켓몬 고'의 개발은

기업의 경영진의 지시로 시작되며, 투자자의 자금 유입으로 구체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도 이런 거 하나 만들어보자'라는 지시, 혹은 '포켓몬 고처럼 AR 활용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온 이후에 기획자와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한 개발자들이 이러한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발자들의 역량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다. 허나 이런 부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래된 군대 관련 유머 중에 사단장이 산의 위치를 마음에 들지 않아하면 며칠 후 산의 위치가 옮겨진다는 말이 있다. 만약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삽을 왜 그렇게 들어', '삽질이 아닌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못해?' 라면서 장병들을 비판하는 대신 그런 지시를 내린 사단장을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흡사한 일이 게임업계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대중들은 사단장이 아닌 병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형 포켓몬 고'로 대변되는 성공사례의 무분별한 답습에 대한 비판은 일선 실무진들이 아닌 이른바 회사의 높으신 분들을 향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연 포켓몬 고의 성공사례를 두고 새로운 영감을 받은 이들은 있을 것인가. 군 지휘관의 그릇된 명령은 전투력 낭비를 유발한다. 그리고 게임업계 경영진들의 그릇된 판단은 개발력을 낭비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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