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게임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확률형 아이템을 업계 스스로 규제하는 자율규제강령이 새롭게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물론, 게임사와 유저들의 신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게임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강화된 자율규제안을 두고 여전히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몇년간 자율규제가 실시됐음에도 업계의 자정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 했고, 이번에 공개된 개정안에서도 게임사들이 이를 어떻게 따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K-iDEA의 김문환 연구원은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질문에 대해 "게임은 이용자와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기 때문에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공표하면 유저들에 의해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제제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유저들에게 맡긴다는 말은 얼핏 자율규제의 성과와 시행을 협회가 아닌 유저들의 손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 하지만 과소평가 되고 있는 유저들의 시장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역설한다.

게임시장에서 유저들은 콘텐츠를 즐기고 소비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시장을 방향을 정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게임사들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 유저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고, 유저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강구한다. 유저의 행보에 맞춰 게임사들이 따라가는 면이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유저들이 게임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다양한 면에서 드러난다. 불법복제가 흔해지면서 비디오게임, PC 패키지게임 시장이 극도의 부침을 겪었으며, 이는 국내 게임산업이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위주로 흘러가게 하는 단초가 됐다. 유저들의 행태가 국내 게임시장의 구조를 정한 것이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는 국내 게임사들의 업데이트 빈도와 속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또한 이는 개발자들의 근무 행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 낮은 인건비가 24시간 배달, 저렴한 택배비 등이 자리잡도록 하는 요인이 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정작 게임시장에서 드러나는 유저들의 모습은 자신들의 시장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시장에 전혀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유저들이 게임산업에 대한 애정과 냉정한 시선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만 국내 게임산업이 긍정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게임사의 가장 큰 목표는 매출과 수익 확대다. 게임사에게 양심을 기대하고 이들이 알아서 유저들을 잘 대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척이나 순진한 발상이다. 

게임사가 고객 응대를 친절하게 하고,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과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유저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종종 과금유저들만을 위한 운영과 업데이트를 펼치는 게임사들이 있다. 무과금 유저들의 불만은 이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이들이 신경을 쓰는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 공식 카페 게시판에 적힌 볼맨 소리가 아니라, 매출 장부에 적힌 숫자다.

K-iDEA가 자율규제안을 게임사들이 따르도록 만드는 방법으로 유저들의 여론과 게임에 대한 보이콧을 언급한 것은 시장을 선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유저들이 갖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율규제 시행을 앞두고 이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금 떠오르는 지금. 자율규제보다 시급한 것은 유저들의 게임 시장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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