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기와 베기'를 의미하는 핵앤슬래시라는 말은 게임의 여러 요소 중 단순하게 적을 잡는 것을 반복하기만 하는 유저의 플레이 성향을 뜻하던 단어로 그다지 좋은 뜻을 지닌 단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디아블로의 등장 이후 핵앤슬래시도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핵앤슬래시를 강조한 게임들의 전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많은 핵앤슬래시 게임들이 독특한 분위기, 다양한 몬스터와 다채로운 아이템을 통해 전투 이외의 목적을 유저에게 부여하면서 유저들이 좀 더 뚜렷한 목적성을 지니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뮤 레전드는 이런 핵앤슬래시 장르의 전성기를 온라인게임으로 이끌어 온 뮤 온라인의 정식 후속작이다. 출시 후 PC방 점유율 순위 10위권을 지키고 있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다시금 온라인게임 시장에 핵앤슬래시 장르가 주목받게 만들었다.

뮤 레전드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뮤 온라인은 당시 기준으로 대단히 화려한 그래픽과 빠른 속도감을 내세워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하지만 뮤 온라인이 처음 등장했던 2001년에는 이러한 요소가 '특이사항'이었지만, 지금은 '기본사항'인 시대다. 전투 템포는 무척 빨라졌고, 그래픽은 상향평준화가 이뤄져 어지간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듣기 힘든 것이 현재의 게임 시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웹젠은 빠른 캐릭터 성장 곡선과 풍성한 파밍 콘텐츠를 뮤 레전드에 담아냈다. 최근 게임 시장의 트렌드, 특히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후 모바일 RPG의 게임 진행 속도에 익숙해진 이들이 거부감 없이 뮤 레전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재 뮤 레전드의 게임 내 최고 레벨은 65레벨이다. 과거 같으면 최고 레벨을 달성하기 위해 한참을 플레이해야만 하는 레벨이다. 하지만 웹젠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 후 만 명 이상의 유저가 3일만에 최고 레벨을 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드코어 유저'가 아닌 일반적인 유저들도 7~8시간 정도를 즐기면 캐릭터를 30레벨 전후로 육성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 육성이 수월하다.

물론 유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캐릭터를 얼마나 빨리 육성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육성 과정이 재미있는가'다. 이런 점에서 뮤 레전드는 합격점을 받을만한 게임이다. 다소 클래식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핵앤슬래시 특유의 느낌을 충실히 살려 전투 하는 재미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핵앤슬래시의 재미는 던전플레이가 시작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초반부 필드에 듬성듬성 있는 몬스터를 다른 유저들과 나눠서 사냥하면서 느낀 밋밋함이 한 번에 날아가는 순간이다. 특히, 25레벨 이후의 초반 던전은 초반 필드 플레이의 밋밋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유저가 다수의 적을 날려버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난이도가 너무 쉬운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은 이내 접어두게 된다. 25레벨을 기점으로 던전 난이도가 상승해 무작정 돌진하는 플레이가 아닌, 적을 효율적으로 몰아서 공략하는 플레이를 하게 된다. 각 던전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스들은 각기 다른 패턴과 범위 공격을 갖고 있어, 패턴에 맞춰 적을 공략하는 재미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핵앤슬래시 장르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단순하지 않은 전투'를 구현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캐릭터 성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 캐릭터 레벨과 영혼 레벨로 나뉘어지며, 영혼 레벨이 높아질 때마다 얻는 포인트로 캐릭터의 공격력, 방어력, 치명타 등의 요소에 투자할 수 있다. 자신이 중점을 두는 형태에 맞춰 캐릭터를 별도로 육성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스킬의 사용 빈도에 따라 마나 소모 감소, 공격력 증가, 지속시간 증가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문양을 각 스킬마다 3개씩 장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조합하게 되면 외형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다.

아이템 파밍은 이러한 캐릭터 육성과 맞물려 유저에게 더욱 뚜렷한 목적을 준다. 여느 게임보다 세트 아이템의 효율이 좋은 편이라, 세트 아이템을 맞추기 위한 반복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세트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특정 스킬의 성능에 엄청난 버프를 주기도 하기에, PvP나 사냥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도 있다. 자주 사용하는 스킬에 맞춰 세트 아이템을 구비하고, 해당 스킬에 문양을 부여해 자신의 컨트롤 타입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전투와 사냥이 중점이 되는 게임에서는 커다란 이득이다.

콘텐츠의 종류가 풍성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정 던전에 반복적으로 들어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보스를 쓰러트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유저에게 즐길거리와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효과를 지닌다.

뮤 레전드에는 무한의 탑, 블러드 캐슬처럼 재료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파밍 콘텐츠와 카오스 캐슬, 정령의 재단처럼 자신이 육성한 캐릭터의 강력함을 확인할 수 있는 PvP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희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시공의 틈, 미션 맵도 또 하나의 즐길 거리다.

게임 내 캐릭터 육성 속도가 빠른 만큼, '만랩'을 달성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즐길거리를 다양하게 줄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는 이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 또한 특정 재료 아이템을 얻기 위해 미션 던전을 찾아 들어가는 경험이 많은 모바일게임 유저들에게도 어색하지 않게 게임 적응을 돕는 콘텐츠라 하겠다.

뮤 레전드는 여러가지를 모두 담아내기보다는 유저들이 집중할 수 있는 부분에 최대한 집중하고, 재미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띄는 게임이다. 화려함이나 독특함보다는 핵앤슬래시 장르의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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