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던가. 굶지 마, 이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겼는지 모른다. 

끼니는 제대로 먹고 다니라는 걱정과 애정, 밥은 먹고 다니냐는 안부 인사.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끼니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밥은 먹고 산다는 생존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게 문제라고 할 만큼 우리 인생에 있어 식사를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애초에 인간은 동물이기 때문에 ‘먹는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생존의 조건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이 게임의 이름은 굶지 마, Don’t starve(이하 돈 스타브)다.

게임의 콘셉트 자체는 간단하다. 다른 세계에 흘러들어간 캐릭터를 생존시키는 것. 그러나 단순히 야생에서 살아남는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많은 인기를 끌었을 리가 없다. 

기본적으로 게임에서는 정신력, 체력, 허기, 이 세 가지 요소를 관리해 주어야 한다. 정신력은 꽃을 꺾는 등의 행동으로 회복할 수 있으며, 일을 하면 떨어진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살아남는 데’ 주력하면 정신력은 떨어지고,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허기 또한 마찬가지다. 일정 시간 굶으면 캐릭터는 죽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체력. 돈 스타브의 세계에서는 토끼와 같은 단순한 동물뿐만 아니라 기괴한 괴물들이 존재한다. 플레이어들을 잡으러 쫓아오기도 하며, 저녁에는 플레이어를 지키는 불을 끄려는 어둠의 손길까지, 모두 돈 스타브의 괴물들이다. 스스로 장비를 만드는 등 강화도 가능하지만, 처음 돈 스타브 세계에 떨어진 플레이어들은 당황하여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괴물들이 있기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자꾸만 발전을 요구한다. 단순히 생존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살아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예시로, 게임 내에서 과학에 투자하면 그만큼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집을 만들면 밤에 보다 안전할 수 있으며, 냉장고를 만들면 음식도 보관할 수 있다. 삶의 질이 점차 나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실제의 삶에서의 나를 투영하게 만든다. 조금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남는’ 나와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독특한 것은 게임을 혼자 즐길 수도, 그리고 투게더를 구매하여 함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혼자 즐길 경우에는 어드벤처 모드를 플레이하게 되는데, 이때의 돈 스타브는 스토리를 가지고 플레이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세계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플레이어가 ‘클리어’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의 결말이 주는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 투게더의 경우에는 게임을 조금 더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에서처럼 한 세계 안에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생존은 쉬워진다. 물론 게임이 지나치게 처지지 않도록 사람 수에 따라 자체적으로 난이도 조절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그러나 돈 스타브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의 생존은 생각보다 만만치않다. 하루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아도 해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불을 밝혀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 죽기 일쑤다. 

게임의 룰을 알려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콘셉트에는 충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다소 불친절한 진행이다. 이런 불친절함은 게임 내내 계속된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 봐야 알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후에 커뮤니티에서 검색을 통해 깨닫는 과정은 가능하지만, 게임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만큼 즉각적인 대처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스팀 게임의 인식이 과거보다는 보편적이지만, 여전히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라이트한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고, 무수히 많은 게임 중에 돈 스타브를 선택하는 것까지의 과정이 1차 진입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러한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에서 또 다시 큰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주는 것은 스팀 게임답게 ‘모드’이다. 다양한 모드를 통해 게임을 보다 쉽게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어 패치부터 시작하여 각종 모드가 존재하니, 차차 모드를 달리 적용해 보며 게임을 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겠다. 실제로 등장하는 동물들의 색깔을 다양하게 바꿔 주는 모드 등, 단순히 재미를 위한 모드도 존재한다.

돈 스타브 세계에서의 생존은 실제의 생활보다는 원시적이다. 그러나 돈 스타브를 플레이하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음식을 모으고, 집을 만들고, 재료를 모으는 등 돈 스타브의 하루는 항상 비슷하다. 그럼에도 열심히 게임을 하게 되는 건 무언가 잡힐 듯한 막연한 기분 때문이다. 

이것만 하면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은데, 저것만 하면 완벽할 것 같은데, 하는 희망이 매일 생기고, 그 다음 날까지 게임을 이어 가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삶과 다를 게 무엇인가. 그래서 돈 스타브에서도 끊임없이 발전을 꾀하며 생존하려고 애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굶지 마, 단순하지만 분명한 메시지가 느껴지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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