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애니메이션처럼 게임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문화 콘텐츠도 없다. 인기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게임으로 출시된 사례는 게임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2000년대 접어들어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의 경계는 한층 더 흐릿해졌다. 인기를 얻은 게임을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섬란 카구라, 여신전생 페르소나, 데빌 서바이버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시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하는 모바일게임이 연이어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웹툰 산업과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필요가 있던 모바일게임 산업의 만남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웹툰과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계층이 비슷하다는 점도 기대를 모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웹툰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들이 거둔 성과는 아쉬움 그 자체다. '1+1=2'를 기대했으나 '2'의 성과를 보인 게임은 드물었다. 어째서일까?

우선 웹툰 소재 게임들이 목표로 삼은 유저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10대, 20대였다는 점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들 연령층이 모바일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계층임에는 틀림없지만,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는 계층은 아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흥행을 쥐락펴락하는 이른바 '헤비 과금러'는 30대 이상 유저들이며, 이런 유저층을 구축하지 못 한 게임들은 괄목할만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게임 그 자체에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웹툰 소재 게임 중 소재가 아닌 게임 자체의 완성도로 유저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게임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웹툰을 소재로 했다는 소식은 웹툰 팬들을 모바일게임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지만, 게임 자체의 재미가 있어야 그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법이다.

게임성 자체에 대한 고민 없이 웹툰을 활용한 '이슈몰이'에만 집중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게임들은 결국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웹툰 소재 게임들의 다수는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 하는 디펜스 장르, 초창기 형태의 수집형 RPG 장르였고 이들 게임으로는 웹툰 팬들은 물론 모바일게임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재미있는 웹툰이 좋은 시나리오와 뛰어난 혹은 개성있는 그림체가 합쳐져야 만들어지는 것처럼, 좋은 웹툰 소재 게임도 인기 웹툰과 잘 만들어진 게임이 만나야 완성될 수 있다. 인기 모델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해당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시절은 지나버린 제조업 시장처럼 말이다. 결국 '웹툰 소재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웹툰이 아닌 게임의 완성도다.

2017년에도 웹툰을 소재로 한 게임들이 대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시장에 먼저 출시된 웹툰 소재 게임들과 같은 실수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이들 사례를 온고지신 삼아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인지.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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