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답지 않게 매서운 바람이 불었던 화요일 오후, 수습기자인 저는 한 가지 업무를 맡게 됩니다. 넷이즈가 개발하고 가이아모바일이 서비스하는 ‘이터널라이트 CBT'에 참가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은 기쁨도 잠시, 게임의 그래픽을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치 대학교 졸업생이 작품으로 내놓은듯 다소 투박한 그래픽으로 '요즘 게임이 맞나?' 하는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그래 이건 일이야”라는 마음으로 ‘이터널라이트‘를 시작하고 첫 튜토리얼을 끝낸 순간 이건 업무가 아니라 아닌 유격훈련으로 바뀌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메인 퀘스트 중심으로 차근차근 레벨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비공개테스트는 성장 속도가 조정된다고 했는데, 정말 빠르게 20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갑자기 메인퀘스트가 사라지고 캐릭터만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전체 채팅을 살펴보니 다들 메인 퀘스트가 사라졌다고 한마디씩 하고 있었습니다. “메인퀘 어딨나요?”, “이제 뭐해야 하나요?” 그래서 저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레벨업 어떻게 하죠???”

레벨업을 하고 싶었지만, 자동사냥을 하긴 싫었습니다. 사냥은 타격감과 보는맛이 중요한데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다소 밋밋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브퀘스트인 던전 보스사냥에 나섰습니다.

처음 도전한 보스는 20레벨에 가능한 요리사였습니다. 레인저인 저는 요리사와 거리를 두고 열심히 공격했습니다. 맵 오른쪽 상단에 뜨는 파티원의 대미지를 보면서, 제가 가장 많은 대미지를 넣었음에 뿌듯해했습니다. 

 

 

그런데 요리사가 화났던 걸까요? 갑자기 프라이팬을 휘두르더니 제 캐릭터를 통구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더니 불난 통구이에 부채질을 하더군요. 당황한 저는 아무키나 막 눌렀지만, 통구이가 되어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팀원이 통구이를 부숴야만 저는 거기서 탈출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몰랐던 팀원들은 각자 공격하기에 바빴고 한 명씩 통구이가 되어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요리사에 참패한 우리 파티는 부활하여 다시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도 요리사는 통구이 만들기를 시전하며 저희를 궁지로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통구이를 한번 경험했던 저희는 쉽사리 당하지 않았고, 역으로 요리사를 요리해갔습니다. 결국, 보스공략에 성공하고 아이템을 얻었었습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얻은 아이템의 성능은 그저그런 수준이라 바로 분해해 버렸습니다. 

자신감을 얻고 내친김에 도적보스에게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초반부터 열심히 해서인지 전체 랭킹 30위까지 올라 무서울 것이 없던 상태였습니다. 5명의 정예 랭커멤버로 위풍당당하게 도적보스를 공략하러 갔습니다. 

툴루라는 중간보스를 마주쳤는데 이때부터 이 게임은 더 이상 모바일게임이 아니었습니다. 디아블로의 해머딘이라도 되는 것처럼 갑자기 망치를 던지고, 점프해서 망치로 내려찍으며 상당한 난이도가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네 방향에서 날아오는 불을 피하려고 계속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니 어느덧 게임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달았습니다.

3번 정도의 죽음 끝에 저희 파티는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더격인 워리어가 말하더군요. 

“망치 던지면 주워서 다시 던지세요.” 그의 오더로 공략법을 알게되면서, 이번에는 제가 해머딘이 되었습니다. 딜을 넣다가도 땅에 꽂힌 망치가 보이는 순간 바로 달려가서 던져댔습니다. 그리고 결국 툴루를 잡는 데 성공합니다.

어느새 그래픽과 타격감은 잊혀지고, 게임이 너무 재밌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 찼습니다. 채팅창에서 ‘갓 게임’이라고 치는 유저를 보며 “알바인가 보다”라고 생각한 제가 성급했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최종보스에게 화려한 컨트롤을 보여주겠노라 생각하며 위풍당당하게 나아갔습니다. 이놈까지 잡고 퇴근한다는 마음으로 더욱 기쁘게 보스에게 도전했습니다. 

땅에서 솟는 독기둥, 입에서 내뿜는 독분출을 간단히 피할 수 있어 최종보스가 중간보스 보다 더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갑자기 독방사라는 문구가 화면에 뜨더니 맵에 초록색 독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하게 뒤로 피했지만, 독의 속도가 더 빨랐고 저는 한방에 주님 곁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파티원이 누워있더군요. 아 제 캐릭터도 눕고, 퇴근이 늦춰지는 저도 눕고만 싶었습니다.

다음에는 잘 피해 보자고 파티원끼리 ‘으쌰으쌰’ 했고 궁국기 독방사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뤄졌습니다. 독기둥, 독분출, 독방사 순으로 스킬을 사용하길래 순서를 잘 기억했다가 피하려 했더니 갑자기 독기둥 다음 독방사를 쓰며 저희를 농락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45분 정도의 도전 끝에 결국 포기하게 됐습니다.

파티가 해산되고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집 가선 꼭 깨야지.” 그렇습니다. 저는 어느덧 이터널라이트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비록 첫 인상이 그렇게 좋은 게임은 아니었지만, 온라인게임처럼 친구와 함께 협동하는 레이드 시스템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게임에서 업무로 바뀐 ‘이터널라이트‘는 퇴근할 때가 되니 갓게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업무가 끝나면 발걸음이 깃털 같지만, 재밌는 게임이 끝나면 천근만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쉬운 시점에 그만둬야 다음에 더 기대감을 안고 할 수 있겠죠? 

4월 16일 마지막 테스트가 끝나고 이제 정식출시를 기다려야 합니다. 테스트에 참여했던 분들이나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 모두 이 글로 색안경을 벗고 게임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까요.

글을 마무리를 지으려니 참 힘듭니다. 문득 학창시절 많이 보던 내용이 떠올라 그 문구로 끝마치려 합니다. ‘Please Don't try this a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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