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츠 해방 전쟁(2004.6~2008.3)

- 게임 내 ‘민중’ 계층의 봉기로 ‘온라인 최초의 시민혁명’ 사례로 주목
- 20만 명 이상의 리니지2 게이머가 참여, 4년 간 지속된 게임 속 전쟁
- 만화, 문학, 예술작품전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 됨


○ 바츠해방전쟁 개요 (출처 : 위키피디아)

*2004년 리니지2 서버 중 하나인 ‘바츠’ 서버를 장악하고 있던 ‘DK(Dragon Knights) 혈맹’의 독재에 대항하여 전 서버 유저들이 단합하여 맞섰던 온라인 게임 내 전쟁이다. 전쟁에 동참했던 유저들이 ‘내복’(캐릭터 생성 시 착용되어있는 기본 복장)만 입은 상태로 높은 레벨의 유저들과 싸우면서 ‘내복단’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또한 게임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해 게임을 즐기는 개인의 자유를 되찾은 온라인 최초의 시민혁명이라는 의미로 당시 큰 이슈가 되었다.

악명 높은 DK 혈맹
Dragon Knights(이하 DK) 혈맹은 리니지2 OBT 때부터 ‘바츠’ 서버를 점령하고, 강압적인 행보를 보였던 혈맹이다. DK는 강력한 장비를 갖춘 고레벨 사용자들이 모여 있어 바츠 서버의 힘의 중심에 있었다. 비슷한 규모의 혈맹들과 게임 속 동맹을 체결하여 견고한 지배체계를 구축하였다. ‘아키러스’는 DK를 이끌었던 군주로 2003년 8월 전 서버 최고레벨에 등극한다.(당시 51레벨)

DK는 사냥터 통제와, 척살령(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플레이어를 PK), 지배 중인 성에서의 높은 세율 등으로 강력한 경제/정치적 행보를 이어갔다. 그들에게 대항한 여타의 일반 플레이어와 혈맹들이 연합하여 DK에 대항하기 시작하면서 ‘바츠해방전쟁’이 시작되었다.

2004년 5월 9일 '붉은혁명' 혈맹은 50명을 이끌고 DK가 지배하던 기란성을 점령한 뒤 세율을 0%로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2주 뒤 기란성은 다시 3대 혈맹에게 빼앗겼지만, 이 사건은 여러 힘있는 혈맹들이 DK에 대항할 '연합군'을 조직하는 계기가 된다. 연합군은 수많은 저레벨 사용자로 구성되었다. 레벨이 낮은 유저들은 인해전술로써 DK와 맞섰지만 전투력의 차이로 일방적으로 학살당했고, 이는 다른 유저들을 자극함으로 바츠해방전쟁을 촉발시켰다.

내복단의 출현
전쟁 초기, DK와 그 동맹에 대항하여 일부 혈맹은 스스로를 ‘연합군’이라 칭했다. 세력에 있어 열세였던 연합군은 자유게시판에 호소문을 올리며 일반 유저들의 동참을 호소했고, 이를 본 다른 서버의 유저들이 DK 타도를 위해 바츠 서버에 모이기 시작했다.

바츠 서버의 이 전쟁은 일반 유저들의 힘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바츠 동맹이 패배할 것입니다. 단 1렙짜리 캐릭이라도 수십 명이 모여서 DK연합에게 공격을 가하면 물리적으로만이 아닌 심리적으로도 큰 위축을 가져올 것입니다. (중략) 이번 전쟁은 바츠 서버만이 아닌, 전 서버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혈에 억눌려 있는 많은 저주서버 유저들이 함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다시는 어떤 서버에서도 이러한 독재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전 지금 이 순간 바로 바츠 서버에 캐릭을 만들어 내복단에 합류할 것입니다. 제 가슴 속에 끓어오른 피를 주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겁니다. 그 거대했던 바츠 서버 해방 전쟁에 내복단의 일원으로서 그 자리에 있었노라고.
: 내복단 일원의 호소문

‘내복단’은 연합군에 합세하여 새로 캐릭터를 만들고 DK에 맞섰던 일반 유저 세력이다. 당시에는 캐릭터의 서버간 이동이 불가했다. 타 서버의 유저들은 바츠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신규 캐릭터를 만들어야만 했다. 이에 저레벨의 기본 장비만 갖춘 캐릭터들이 바츠 서버에 대거 등장한다. 이들은 백색 풍의 기본 지급 의상만을 입고 있었기에 ‘내복단’으로 불렸다.


내복단은 인해전술로써 DK를 압박했다. 이들은 고레벨 사냥터인 용의 던전으로 수십 명씩 몰려가 진을 쳤다. 그 뒤 DK 소속의 파티가 출현하면 떼를 지어 공격했다. 공격력과 레벨의 차이가 컸기에 내복단은 DK를 공격할 때 체력이 가장 약한 힐러를 먼저 집중 공격하여 쓰러트린 뒤, 나머지 전투 부대를 굴복시키는 전법을 써서 승리하였다. 또한 채팅창 글자 제한 등 의사소통의 한계나 작전이 가능한 인원은 사실상 9명이 최대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내복단은 제한된 수단으로 수백 명에게 작전을 지휘하고 명을 받았다.


내복단의 지속적인 공격과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DK는 전쟁을 계속하였다. 2004년 연합군의 숫자는 2004년 7월 즈음 32혈맹으로 늘어났으며, 6월 3대 혈맹 중 하나인 제네시스 혈맹은 사소한 충돌을 계기로 DK와 헤어지고 연합군에 투항하는가 하면, 7월에는 5개의 요충지 중 하나인 오렌성을 연합군이 빼앗고 만다. 당황한 DK는 '정 혈맹', '위너스 혈맹'과 ‘DK 연합’을 구축, 재정비에 들어간다.

아덴 공성전
2004년 7월 17일 아덴 공성전이 벌어졌다. 당시 바츠연합군의 동맹은 40개였으나, 수적으로는 4대 혈맹에 밀렸다. DK의 사냥터 독점 탓에 레벨을 올리기 힘들었고, 고레벨 사용자는 거의 DK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연합군은 계속해서 DK연합을 압박했으나, DK 연합은 노련한 전술로 바츠연합군을 상대했고, '전 서버 최강의 전투 부대'라는 ‘아키러스 파티’가 나타나자 바츠연합군은 초토화되었다. 이 때문에 바츠연합군은 전쟁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진지조차 세우지 못했다.



이후 바츠연합군이 힘에 밀려 후퇴하자, DK 연합은 근거지인 오랜성을 탈환하려고 궁수 부대만 남겨둔 채 아덴성을 떠났다. 그러나 DK 연합의 주력 군대가 자리를 뜨자마자 퇴각한 척 하던 바츠동맹군이 아덴성에 있던 DK 궁수부대에게 돌진하여 전멸시켰다. 게다가 홀로 아덴성을 지키고 있던 DK의 일부 세력을 쓰러트렸다.

이 전투에서 DK 혈맹의 총군주인 shadow여솔도 전사하였다. 오랜성을 공격하던 DK 연합은 아덴성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되돌아가려 했지만, 퇴로는 내복단이 막고 있었다. 게다가 전사한 내복단의 시체들은 DK 연합의 이동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고, 결국 DK 연합은 바츠동맹의 궁수/위저드 부대에게 패배하고 만다.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사이 제네시스 혈맹의 칼리츠버그는 성을 점령했다. 이 날은 '바츠 해방의 날'로 선언되었고, 이 당시 PC방에서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사용자도 있었다고 한다.


바츠연합군의 분열과 4대 혈맹의 역습
아덴 공성전에서 패배한 DK 혈맹은 2004년 11월까지 기란성, 글루디오성마저 모두 빼앗기고 새로 패치된 '오만의 탑'으로 숨어들어갔다. 8월에는 ‘신의 기사단’ 혈맹을 중심으로 4대 혈맹이 오랜성을 되찾으려 했으나 바츠연합군에게 패배하였다. 그러나 이 때부터 전리품을 둘러싼 바츠연합군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보상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어 혈맹들이 서로 다투고 DK와 연합하는 혈맹이 생겨나는 등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 이후 연합군을 지지하는 세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 틈을 타 DK 연합군은 빼앗긴 성을 모두 수복했으며, 2005년 1월 27일엔 다시 무제한 척살령을 발동하여 과거 바츠연합군에 가담한 유저는 로그인하자마자 죽였다. 이 당시 DK 연합이 척살한 유저는 하루 700명에 달하기도 했다.

DK혈맹의 해체
2006년 5월, DK 혈맹의 리더 아키러스는 혈맹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한다. 아키러스는 “DK 혈맹은 선 보다 악을 선택했고, 악이 있었기에 선은 더욱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DK 혈맹이 자발적으로 해산함으로써 2년에 걸친 바츠해방전쟁은 끝났다.


세상에도 선과 악이 존재하듯 리니지2 세계에도 선과 악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선을 지향합니다. 하지만 우리 DK혈맹은 과감하게 선보다 악을 선택했습니다. 악이 있었기에 선은 더욱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당당하게 악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겠습니다. 또한 리니지2 최고의 전투혈맹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본 혈맹은 DK의 창설취지와 목표는 혈맹이 최고의 전성기에 혈맹을 자진해산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지금의 최고의 시절에 혈맹을 자진 해산하는 것이 스스로를 빛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점에 의거하여 저 아키러스도 혈맹의 이름을 가믓ㅁ에 담고 떠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 DK 혈맹 해산 당시의 아키러스의 게임 내 연설


제2차 바츠해방전쟁
1차 바츠해방 전쟁 이후 DK 동맹은 6개 혈맹의 동맹 형태로 유지되나, 과거에 비해 조직력과 힘은 약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동맹을 맺은 6개 혈맹은 반 6혈맹을 내건 혈맹들과 전쟁에 들어가면서 계속 힘이 약해졌다. 이후 6개 혈명은 전력 강화를 위해 사냥터 통제에 들어갔다.

이에 반발한 중립 혈맹들은 중립연대를 발족, 제 2차 바츠해방전쟁이 시작되었다. 6개 혈맹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한 피로와 내분으로 붕괴했다. 이후 중립연대는 해산되고 2차 바츠해방전쟁도 막을 내렸다. 이로써 약 6년에 걸친 시간 동안 바츠 서버를 지배해 온 DK연합과 6혈 동맹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후 바츠 서버의 역사는 새로운 혈맹. 새로운 유저들에 의해 쓰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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