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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 생존과 경쟁을 위해 ‘PK를 해야했다’
임상후 기자 | 승인 2018.06.07 16:32

2018년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습니다. 무더위가 찾아오기엔 다소 이른 시기이지만, 벌써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서 곧 다가올 뜨거운 여름날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 밖에 나가기 싫어지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의욕이 떨어집니다. 간단한 산책으로도 땀이 뻘뻘 쏟아지고 가벼운 신체접촉만으로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구치기 때문이죠. 이럴 때면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집이나 혹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고입니다. 특히, 재밌는 게임과 함께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원한 밤이 되어있어 금상첨화죠.


넥슨이 서비스하는 정통 MMORPG 카이저가 뜨거운 여름날을 책임지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저는 출시 이전부터 미디어 쇼케이스와 인터뷰에 참석해 유저간 상호작용, 즉 PC온라인 감성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전략적 ‘협력’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란 개발자의 호언장담을 생각하며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으로 카이저 세계에 접속해봤습니다.

카이저에 접속하니 처음 마주하는 것은 캐릭터 생성입니다. 전사, 궁사, 마법사, 암살자 총 4개의 직업군이 자신을 선택하라며 스킬모션과 장비 착용 모습으로 어필합니다. 저는 달빛을 머금은 듯한 암살자의 단검에 홀려 캐릭터를 결정했습니다. 


사전 오픈임에도 많은 경쟁자들이 필드를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메인퀘스트가 요구하는 몬스터 사냥을 위해 원정길에 나섰습니다. 사냥터에 도착하니 ‘사람 반 물고기 반’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몬스터의 수가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유저 집단이 무자비한 학살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양손에 든 단검을 고쳐 쥐고 사냥 대열에 합류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보다 먼저 몬스터를 공격하고 더 강력한 데미지를 가했는데, 퀘스트 완수에 필요한 카운팅이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민에 빠졌습니다. 

분석결과 마지막에 몬스터를 공격해 제거한 사람, 즉 ‘막타’로 사냥해야 경험치와 골드 수급 그리고 몬스터 카운팅이 가능했습니다. 일일이 막타를 치기엔 귀찮아 자동사냥을 눌렀죠. ‘오토를 켜두면 금방 퀘스트가 요구한 만큼의 몬스터를 잡겠지’란 생각으로 말이죠. 그러나 이 생각은 오만이었습니다.

10분이 흘렀지만 카운팅은 그대로였습니다. 또다시 10분 그리고 20분, 총 30분을 투자했지만, 자동사냥으로 퀘스트를 공략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이대로 가다간 ‘황제는커녕 노예로 전락하겠다’는 생각에 직접 컨트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막타를 노리기 위해 일부러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몬스터의 피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일격필살’스킬로 한방에 죽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제야 시전 했습니다. 확실히 직접 뛰어다니며 사냥하니 진행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다른 유저가 잡고 있는 사냥감에 접근해 뺏기도 하고, 유저가 몰려있지 않은 지역의 몬스터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죠.

채집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 힘들었습니다. 한 목표물에 여러 명의 유저가 달라붙어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몬스터 무리를 뚫고 힘들게 찾아온 채집 장소인데, 경쟁자에게 채집물을 뺏기니 화가 났습니다. 


결국 저는 몬스터의 피로 물들였던 단검을 유저의 피로 적시기로 했습니다. 조용히 나물을 캐던 유저에게 다가가 스킬을 퍼부어 마을로 돌려보냈습니다. 그와 동시에 ‘혈도’라는 닉네임이 붉은빛으로 변해 진정한 피의검이 되었습니다. 악명 높은 마인이 탄생한 것이죠.

혈도의 악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마무시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악마의 토벌’ 퀘스트에서 더욱 잔인하고 악랄한 피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몬스터와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생존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유저에게 접근해 직접 죽음으로 인도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잡던 몬스터를 마무리해 손쉽게 퀘스트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권선징악이란 말처럼 악한 자는 벌을 받나 봅니다. 악행의 소문이 널리 퍼졌는지, 경비병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저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사냥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발견하는 즉시 저를 공격해 제압했습니다. 또한, 닉네임이 붉은빛인 탓인지 유저들도 저를 피하며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이 험난한 세상을 혼자서 헤쳐 나가야만 하게 된 것이죠.

지금은 혈도가 과오를 씻기 위해 참선하고 있습니다. 골드 기부로 선행을 베풀고, 마을에 피해를 준 몬스터 사냥으로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피의검에서 정의의검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죠.

남보다 앞서기 위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함께 싸우며 소통하고 서로 돕는 행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카이저같이 유저 ‘상호작용’이 활발한 게임이라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피의 길, 즉 패도로 모든 것을 쟁취하기보단 협력과 대화로 왕좌의 자리에 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임상후 기자  afterprize@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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