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란 대사는 큰 화제가 됐다. 동네 양아치 무리에게 예의가 없으면 사람 취급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맞아도 싸다는 뜻으로 활용됐다.

카이저 채팅창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내용이 있다. “XX님 매너모드 해주세요.”, “계신가요? 매너 부탁드립니다” 등 ‘매너’를 요구하는 유저가 많다.


게임에서 유저 인터랙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만큼,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카이저 세계에서의 매너는 예절과 연관성이 없다. ‘경쟁’과 ‘협력’의 목적으로 지키길 강요하는 것이 카이저 세상의 매너다.

카이저는 마지막 타격으로만 몬스터 카운팅이 된다. 내가 먼저 공격하고 더 많은 피해를 입혀도 마무리하지 못하면 경험치 획득에 실패한다. 더불어 내 몬스터를 뺏어간 유저가 아이템이라도 습득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대다수의 유저가 일부러 몬스터를 빼앗진 않는다. 자동모드로 사냥하는 경우에 한 마리의 몬스터에 다수의 유저가 몰리게 된다. 특히, 축복의숲과 침묵의숲 같이 수요가 많은 아이템이 많은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레벨육성과 자수성가에 지장을 받게 되는데, 카이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매너모드로 구현했다.


매너모드는 자동사냥 중 다른 캐릭터가 진행 중인 전투에 참여 여부를 설정하는 시스템이다. ON으로 설정하면 다른 유저가 사냥 중인 몬스터를 공격하지 않는다. 같은 목표물이 타겟팅 되어 비슷한 타이밍에 공격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먼저 타격하지 못했다면 공격을 멈추고 다른 몬스터를 찾아 이동한다.

매너모드는 카이저 세계에서 최후통첩 역할을 한다. 막타 경쟁이 심한 만큼, 유저 간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무조건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단 월드 채팅이나 귓속말로 먼저 매너모드를 요구한다. 일종의 경고를 날리는 것이다.

정중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매너모드의 설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공격한다. 매너를 지키지 않는 불한당에게 지옥 구경을 시켜주는 것이다. 만약, 불한당이 공격당한 사실을 깨닫고 반격에 나선다면, 필드 내 유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혹은 길드 구성원에게 말해 함께 제거한다. 성장에 방해가 되는 사람을 철저히 응징하고 경쟁의 세계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셈이다.

분쟁을 일부러 만드는 방법으로도 이용된다. 길드 간 전쟁을 유발할 때 사용되는데, 매너모드를 켜지 않고 사냥하여 자신을 공격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장원을 두고 경쟁하는 상위권 길드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데, 일종의 명분을 만들려는 방법으로 매너모드가 이용된다.


‘현상수배’ 퀘스트를 할 때 효율적으로 요구조건을 완수하기 위한 방법이 매너모드 OFF다. 현상수배 퀘스트는 강철 에밈 1,000마리의 제거나 혹은 라부르 결함자 100마리 등 일정량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 카이저의 몬스터 카운팅 방식은 한 대만 치더라도 인정이 된다. 한 몬스터를 다수의 유저가 사냥하면 빠르게 사냥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다. 즉, 서로 협력하며 카운팅을 올리는 것이다.

매너모드는 하나의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 시스템 중 하나를 유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사용한다. 최후통첩과 전쟁명분 그리고 퀘스트 공략 등 경쟁과 협력에서 모두 이용된다. 앞으로도 카이저의 아이템과 경험치 습득방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매너 좀 지켜주세요”라는 유저의 외침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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