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어 회화를 배울 때 가장 기본으로 외우는 표현이 있습니다. 'Hi', 'Good morning', ‘Nice to meet you' 등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표현 중 만난 사람의 정보를 알기 위해 질문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What is your name?', 이름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름은 그 사람의 평생 수식어가 됩니다. ‘내 이름 걸고 보장한다’는 표현이 있는 것을 보면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부모님이 우리의 이름을 결정할 때 작명소에서 자문하고, 웃어른의 추천도 받으며 신중하게 짓는 것이겠죠.

이름 짓기는 더 이상 부모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들 세대도 ‘게임’으로 멋진 닉네임 작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처음 출시된 게임에 빠르게 접속하여 남들이 보기에 탐나는 아이디를 먼저 점하기 위한 싸움, 소위 말하는 S급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만큼 남에게 보이는 내 첫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다양한 만큼 작명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간편하게 자신의 실제 이름을 사용하거나 혹은 핸드폰 번호로 짓는 사람이 있는 한편, 바람, 땅, 물 등 자연 명칭을 가져와 사용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색깔이 담긴 아이디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 즉 이름을 결정하는 것일까요? 

먼저 ‘꾸준형’이 있습니다. 자신이 처음 만들어 사용했던 닉네임을 계속 사용합니다. 바람의나라에서 사용했던 아이디를 겟앰프드나 오투잼에 똑같이 고수합니다. 장르가 완전 다른 게임인데 말이죠. 

꾸준형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습니다. 게임세상 속 이름에 애착이 생겨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됩니다. 새로운 게임에 접속하여 캐릭터 생성을 할 때, 이전에 사용한 닉네임의 중복확인을 해봅니다. 특별한 고민 없이 빠르게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만약 누군가 먼저 닉네임을 차지해 다른 아이디로 새롭게 시작한다면 정이 안 가고 심기가 불편합니다. 심한 경우 게임 자체를 하지 않게 되죠.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꾸준형의 특징입니다.

낚시왕임바다, 혈도, 걸리버, 흑랑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단어입니다. 실제로 아무 관련이 없는 용어로, 모두 제가 사용하는 아이디입니다. 저같이 대충 되는대로 작명하는 유형을 ‘무관심형’이라고 합니다. 

무관심형에게 아이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빠르게 캐릭터생성에 성공하여 게임플레이 하는 것에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이름이나 핸드폰 번호를 사용하거나 주변에 보이는 사물로 작명합니다. 예를 들어 걸리버의 경우 책장에 꽂혀있던 ‘걸리버 여행기’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아이디입니다.

무관심형에게 고비가 찾아옵니다. 생각나는 대로 닉네임을 작성해 생성했지만, 하는 족족 중복 아이디입니다. 점점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속으로 ‘뭐 어쩌란 거야’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러다 결국 만들어진 아이디는 ‘뭐어쩌라는고’가 되죠(실제 기자의 아이디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생성에서 겪은 현상입니다). 세상만사가 귀찮아 뭐든지 대충하는 것이 이 유형의 특징입니다.

오늘날 많이 듣는 새로운 용어가 있습니다. ‘존버’, ‘가즈아’, ‘떡상’ 등의 말이 흔하게 사용됩니다. 모두 비트코인이 유행하면서 나타난 유행어입니다. 유행어는 게임 아이디로도 나타납니다. 바로 ‘유행형’의 모습이죠. 

실제로 요즘 ‘이더리움’, ‘리플’, ‘블록체인’ 등의 닉네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미국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가 흥행했을 당시 ‘석호필’, ‘스코필드’, ‘티백’ 같은 아이디가 많이 사용됐습니다. 이런 유형의 특징은 친숙함과 익숙함이 있어 쉽게 커뮤니티에 녹아든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당시에 유행한 현상으로 말문을 열면, 좀 더 쉽게 공감대를 찾을 수 있겠죠.

사신, 바람, 늑대, 창천, 독립 5개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두 글자로 작성됐다는 점입니다. 막 출시한 게임의 경우 이처럼 두 글자 닉네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멋진형’의 유형이죠. 

심지어 현금거래로 멋진 아이디를 구매하는 모습까지 나타납니다. 이런 유형의 이름은 겉보기에 화려하고 웅장하여, 아이디만으로 초고수의 기운을 뿜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유형이 존재합니다. ‘카드값줘체리’, ‘선녀와나후끈’ 같이 유명 만화나 동화를 패러디하여 사용하거나,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같은 시리즈 형식으로 지인과 아이디를 맞춰 작명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아시안느’, ‘타락파워전사’ 처럼 한 게임의 최고 강자로 군림한 닉네임을 다른 곳에 가져가 이용하기도 합니다.

아이디는 내 성격의 특징을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꾸준형의 경우 ‘고집’이 있고, 무관심형의 유저는 ‘귀찮음’이 심하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유행형은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멋진형은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정작 본인은 몰랐지만, 아이디는 첫 정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던 셈이죠. 

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만큼, 유저들의 센스 있고 기발한 아이디가 많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한 캐릭터의 이름을 ‘혈도’라고 만들었습니다. 전에 했던 게임의 길드 이름이 문득 떠올라 별 고민 없이 사용했죠. 

전형적인 무관심형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유형에 속하시나요? 이 글에 작성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이신가요? 참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당신의 아이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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