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20년 주기로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다. 1958년 스웨덴 대회에서 펠레의 활약을 바탕으로 브라질이 처음 우승했고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개최국 아르헨티나가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리고 또다시 20년이 지나 프랑스월드컵에서 개최국 프랑스가 첫 우승을 차지하며 20년 주기 새 챔피언 법칙을 이어갔다.

프랑스 월드컵 이후 다시 20년이 흘렀다. 크로아티아가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 오르며 다시 챔피언 법칙을 실현할 가능성이 보인다.

우리 일상에 수많은 법칙이 존재한다. 월드컵 챔피언 법칙부터 시작해 펠레의 저주 그리고 머피의 법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칙이 있다. 특히, 머피의 법칙은 특정 분야와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현상이다. 흰옷을 입은 날 떡볶이나 김치찌개를 먹게 되거나 혹은 알람 소리를 못 듣고 늦게 일어났을 때 택시가 안 잡히고 버스도 늦게 온다.


게임유저가 많아진 만큼 게임에서도 머피의 법칙을 겪은 사례가 많다. 시험 기간이거나 혹은 집안에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 경험치 이벤트가 열린다. 또한, 큰마음 먹고 비싸게 구매한 레어 아이템이 다음날부터 가격이 하락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게임 속 머피의 법칙을 살펴보며 추억을 되짚어 보았다.

중간고사를 치른 후에 재빨리 귀가한다.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12시다. 가방을 냅다 방 안 구석으로 던진 채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평소라면 컴퓨터 좀 그만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이어지겠지만 지금은 집에 나 혼자뿐이다. 시험을 봤다는 해방감과 더불어 마음 놓고 컴퓨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침내 로그인화면이 보이고 성심성의껏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그런데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회사에 있어야 할 부모님이 집에 오신 것이다. 하필 그날 중요한 문서를 두고 갔다는 부모님. 컴퓨터를 켠 지 5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부모님의 눈에 자식은 게임폐인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라”

진짜 게임을 몇 시간씩 하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하겠다. 이제 막 로그인 중이었는데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니 가슴속에 열불이 난다.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고 잠이나 자야지란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버린다.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쌓인 격이다.

이처럼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머피의 법칙을 경험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게임을 하면서도 수많은 머피의 법칙이 기다리고 있다.


게임의 레어확률 드랍 이벤트가 열린 날이다. 몬스터가 많이 리젠되는 장소를 미리 선점하고 열심히 사냥한다. 한 시간이 지나 두 시간이 됐고 마침내 세 시간에 다다른다. 계속되는 반복사냥에 지쳐 그만 쉬고 이따가 다시 해야지란 마음으로 자리를 떠난다. 그런데 그때 내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유저에게서 “와! 대박”이란 채팅이 들려온다. 무슨 일인가 싶어 말을 걸어보니 이게 웬걸. 몬스터 한 마리를 잡자마자 아이템을 획득했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내가 떠나자마자 아이템이 나오는 것일까? 저 물건의 주인이 내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도저히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멋쩍은 웃음을 보인 채 즐겁게 사냥하라며 접속을 종료한다. 그리고 조용히 이불을 뒤집어쓴 채 소리를 지르거나 혹은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친다. 분노의 찬 절규만이 오늘의 유일한 수확이다.

팀원과 협동해야 하는 장르에서도 머피의 법칙이 나타난다.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아 게임이 잘 풀릴 것만 같다. 평소에 같이하던 친구가 바빠 같이 하진 못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같이해도 충분히 승리할 자신감이 넘친다. 마침내 팀이 나뉘었고 파이팅하자는 인사로 게임을 시작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팀원이 왼쪽으로 달리고 있다. 그쪽은 집중공격을 당하기 쉬운 장소로 조금만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피하는 장소다. 채팅창에 “?”를 쳐보지만, 대답이 없다. 그리고 잠시 후 팀원의 사망 소식이 화면에 나타난다. 아무리 오늘의 컨디션이 최상이라고 하지만 혼자서 여러 명의 적을 상대할 수 없다.


결국 게임에서 패배하고 승률이 내려간다. “아 우리팀 왜 이러지”란 말과 함께 이어지는 대전에서 계속 초보 유저와 팀이 된다. 어느새 승률은 70%에서 50%로 떨어져있다. 급격히 떨어진 승률을 보자 의욕이 사라진다. 이내 게임을 종료하고 친구에게 통화로 하소연한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위로의 한 마디 “네가 못해서 그래”
이외에도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머피의 법칙을 경험한다. 내가 아무리 뽑으려 해도 나오지 않던 아이템을 한번 심심해서 뽑아본 친구가 단번에 획득하거나 혹은 내가 하는 캐릭터만 하향되어 도저히 레이드 참여를 할 수 없게 된다.

살면서 한 번쯤 머피의 법칙을 체험하듯이 결국 게임에서도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앞으로 계속 게임을 한다면 초보자 팀원, 캐릭터 하향, 최악의 뽑기 운 등을 모두 겪을 것이다. 세상에 깨지지 않는 법칙이 없다지만 머피의 법칙만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 가슴속에 이 한마디를 새기고 게임에 임해야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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