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닝일레븐은 한 때 우리나라에 플레이스테이션 붐을 일으켰던 대표게임 중 하나다. 2000년대 한국에서 축구게임 하면 ‘위닝’으로 통용 됐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였다. 학교에서 위닝을 잘하는 학생이 숭배 받으며 게임 최강자로 군림했던 이유도 위닝이란 게임의 파급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닝은 라이벌 게임 피파의 물리엔진이 개선되면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반면 위닝은 진보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퇴보해 실망을 줬다. 매 시리즈마다 판매 차이가 줄어들더니 결국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PES 2014’를 기점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제 한국에서 축구게임은 ‘피파’가 된 것이다.

이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위닝일레븐 2018(WINNING ELEVEN 2018)’이 제10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에 시범 종목이 됐다는 것. 리그오브레전드, 던전앤파이터, 클래시로얄 등 7개의 게임으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유일하게 위닝일레븐 2018만 스포츠게임이다.

대통령배 KEG는 e스포츠 유망주 발굴과 아마추어 e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2007년 시작된 전국단위 정식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다. 2009년 대통령배로 승격되었고, 전국 16개 광역시·도가 모두 대회에 참가한다. 전국 단위의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인 만큼 숨겨진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할 수 있는 대회다.

위닝일레븐은 제18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시범종목으로 선정되며 e스포츠 저변을 확대했는데 이와 더불어 아마추어 e스포츠까지 전략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아마추어가 결국 프로로 재탄생 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다른 스포츠에서 위닝일레븐과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유명 스쿼시 브랜드 던롭의 경우 청소년기부터 스쿼시에 재능을 보이는 아마추어에게 라켓, 신발, 옷 등을 제공한다.

겉으로 보기에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철저한 계산하에 진행되는 사업이다. 한참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자회사의 라켓을 익숙하게 만들어 성인이 됐을 때 다른 브랜드 라켓 사용 시 위화감을 들게 한다. 그동안 익숙해진 던롭 라켓에 익숙해진 만큼 타 브랜드와의 협약이 꺼려지고 결국 후원의 규모는 작지만 익숙한 던롭을 선택한다.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의 프로 도약의 첫 단계는 지역별 아마추어 대회다. 지역별 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얻고 프로팀 감독과 코치의 눈에 띄어야 한다. 또한,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많다는 것은 프로게이머 직업을 선택할 아마추어에게 안정성을 담보한다. ‘게임이 인기 없어 대회가 안 열리면 어떡하지’란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사례를 보면 아마추어 대회가 줄어들자 새로운 신예 선수의 등장이 멈췄고 기존의 선수들만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나이로 대회에 참가한다. 물론, 이들도 지역 예선을 뚫고 당당하게 본선에 진출한 것이지만 매번 같은 선수들의 경기만 관람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진다. 그만큼 새로운 신예 아마추어의 등장이 절실하다.

위닝일레븐의 새로운 시도가 재도약이 발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배 참가자격이 만 12세 이상의 유저인 만큼 대회에 참가하는 유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기존에 피파를 즐겨왔던 유저도 대회 소식에 흥미를 느껴 경험 삼아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과연 위닝일레븐이 아시안컵과 제10 대통령배를 바탕으로 축구 e스포츠 하면 ‘위닝’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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