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게임산업이 판호 발급 중단을 시작으로 청소년 게임 이용제한 등 규제 이슈로 인해 악재를 마주했다.

이를 단순히 이웃나라의 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에서 바라보는 게임의 가치와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게임의 질병코드화’, ‘셧다운제’, ‘고포류(고스톱/포커)게임의 결제 한도’ 등의 규제로 게임산업은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12조 2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게임산업은 한국의 콘텐츠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지난해 연간 해외 수출 규모는 39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68억 9000만 달러)에서 56.7%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게임산업이 콘텐츠산업에서 캐릭터, 방송,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방송이나 음악같은 타 산업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커녕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지난 2013년에는 술, 마약, 도박과 함께 게임을 중독 물질로 간주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을 일으켰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고 있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게임 질병코드의 경우 통계청에 따르면 WHO의 ICD(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11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현 상태로 국내에 적용하면 현장에서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2025년까지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에 적용하는 것을 보류할 예정이다.

게임 질병코드의 국내 적용이 유예되었지만, 국내 적용 시 게임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정상적으로 즐기는 유저들이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으로 몰리는 등 선입견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부터 여성가족부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되었는데, 실질적인 효과 없이 게임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석사 논문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 시간, 수면, 여가활동 등에 미치는 효과 분석’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은 약 8.5분 증가했으나 수면시간도 약 7.6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게임을 대체하는 여가활동인 TV 시청과 독서, 라디오 청취 역시 각각 19분, 10.7분, 2.7분 증가해 셧다운제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1년 18.5%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 게임시장은 셧다운제 도입 이후 2012년 10.8%, 2013년 -0.3%, 2014년 2.6%, 2015년 7.5%, 2016년 1.6%를 기록하며 하락세에 접어드는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받았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올림픽 종목 채택 가능성이 논의되는 등 게임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는 오히려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게임 개발 기술력이나 콘텐츠의 수준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의 이 같은 규제는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퇴보시켜 국가적인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규제 완화만으로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관심과 기업들의 노력이 없다면 한국 게임산업은 보다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게임 질병코드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과몰입 질병코드화 대응 사업’에 3년간 4억 5천만 원의 예산을 출자했다. 이는 작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으나 정부와 기업이 함께 산업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게임은 놀이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로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놀이’와 ‘사회악’이란 프레임으로 시대와 변화의 움직임을 억누를 수 없다. 빠르게 발전하는 게임산업에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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