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기업정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우주정복’이다. 

게임으로 우주정복에 도전하는 엔씨소프트의 정신을 담고 있다.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도전하고 시도하는 IT기업으로서 게임회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김택진 대표가 외부 프리젠테이션에서 우주정복이란 키워드를 자주 언급하며 엔씨소프트의 도전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엔씨소프트의 북미 시장은 참 오래된 도전과제 중 하나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많은 게임사들이 북미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데 쉽게 자리잡을 수 없는 곳 중 하나다. 

중국 시장이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북미는 같은 언어권의 글로벌 시장까지 담고 있어 확장성에서 차이가 있다. 북미 시장은 어찌 보면 한국 게임사들의 불모지와 같은 곳으로 이곳에 큰 족적을 남기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게임사들의 큰 목표가 되었다.

엔씨소프트가 북미 시장에 도전한 것은 어느새 20년에 육박한다. 2000년 엔씨인터랙티브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약 18년 이상 북미시장에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북미 서비스 과정에서 가장 큰 키워드를 꼽는다면 ‘아레나넷’과 ‘리차드 게리엇’이라 할 수 있다.

아레나넷은 엔씨소프트의 이름을 북미에 크게 알리는 기폭제가 된 게임사다. 엔씨소프트는 2002년 아레나넷을 187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합병했다. 아레나넷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등의 참여한 개발자들이 설립한 개발사다.

아레나넷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길드워를 출시한 이후부터다. 길드워로 7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키웠다. 2012년 후속작 길드워2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타임지를 비롯한 해외 미디어에서 올해의 게임과 최고 MMORPG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대부분의 MMORPG들이 PvE 기반의 콘텐츠가 게임의 중심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길드워 시리즈의 경우 PvP와 대규모 경쟁 콘텐츠의 중심으로 설계되어 흥미를 끌었다. 아이템 부담을 낮추면서 세팅에 따라 탱딜힐 역할을 바꿀 수 있어 자유로운 플레이를 추구하는 북미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반면 리차드 게리엇은 엔씨소프트의 흑역사라 할 수 있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름이다. 세계 3대 개발자의 한명이자 울티마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로, 2001년 엔씨소프트가 리차드 게리엇을 영입한다는 소식은 세계 게임시장의 큰 화제가 될 정도였다. 당시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은 초기에 가까웠고 PC게임의 대표 개발자로 불린 리차드 게리엇의 엔씨소프트 영입 소식은 전세계 유저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2004년 시티오브히어로, 2005년 시티오브빌런 등의 라인업을 퍼블리싱 했고 리차드 게리엇이 주도한 MMORPG 타뷸라라사를 2007년 선보였다. 대부분의 게임이 유저를 중심으로 전장이 표현되었다면 타뷸라라사는 우주의 전쟁터에 파견되어 생존하는 독특한 방식의 시스템을 선보였다. 

다만 타뷸라라사의 성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리차드 게리엇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우주여행에 큰 관심을 보이며 우주비행사가 아니었지만 우주에 다녀온 인물로 더 알려지게 됐다. 이후 엔씨소프트와 개발방향의 문제로 퇴사해 오점을 남겼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이 과정에서 리니지2로 북미에서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고 길드워의 성과와 퍼블리싱 라인업으로 MMORPG를 개발, 서비스하는 한국의 엔씨소프트란 이름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에도 엔씨소프트의 북미 시장의 과감한 투자는 이어졌다. 2007년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시리즈에 참여한 개발자 중심의 ‘카바인 스튜디오’를 인수해 2014년 MMORPG 와일드스타를 출시했다.

와일드스타는 해외미디어에서 가장 기대되는 MMORPG에 선정된 바 있고, 출시 이후 인기 MMORPG에 오르는 등 관심을 받았으나 난이도, 밸런스 문제로 오랜 기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 엔씨소프트는 북미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카바인 스튜디오의 폐쇄와 와일드스타의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긴 엔씨소프트의 북미 공략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엔씨소프트의 윤송이 글로벌 CSO가 엔씨웨스트의 CEO로 부임하면서, 엔씨웨스트를 누적적자에서 3년 연속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재정비에 돌입했다. 

변화에 발맞춰 엔씨소프트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즉, 엔씨소프트의 철학을 기반으로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해외 시장의 니즈와 트렌드를 직접 반영하고,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특성에 맞게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2015년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해 미국 실리콘밸리 산마테오 지역에  ‘아이언 타이거 스튜디오’를 설립해, 현지시장에 최적화된 모바일게임을 개발 중이다. 

이러한 투자성과는 서서히 가시화 되고 있다.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신작 ‘아이온 레기온즈 오브 워’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온 레기온즈 오브 워는 아이온 IP의 모바일 RPG로 소프트런칭을 시작했다. 디스게임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엔씨웨스트가 서비스 예정인 모바일 RPG ‘리니지2: 다크 레거시’ 역시 소프트런칭으로 담금질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엔씨웨스트는 모바일 역량 강화와 더불어, PC 및 콘솔 등 플랫폼 다각화를 통한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꾀하고 있다. 2018년 엔씨웨스트는 음악, 리듬 장르에서 알려진 ‘하모닉스 뮤직 시스템즈’의 신작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게임은 PC 및 콘솔의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개발 중인 대부분 프로젝트의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단순히 PC게임이 아닌 PC-콘솔의 관점으로 접근해 개발함으로써 PC와 콘솔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북미 유저들에게 PC 보다 콘솔기기가 접근성이 좋고 시장규모가 확대되어 있는 만큼 전략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엔씨소프트의 북미 도전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지사를 설립해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 인력으로 방향성과 방법을 고민하면서 최적화에 힘쓴다. 전세계 게임시장에 모바일 플랫폼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엔씨소프트의 IP와 강점을 활용해 모바일 RPG 라인업의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꾸준한 도전이 어떤 성과를 낼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도전의 노하우와 경험들은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재미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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