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를 기대했지만 결국 ‘역시나’로 끝났다.

조금 더 발전적 이야기와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는데, 결국 매년 비슷한 형태의 모습만 남기고 끝났다. 시간의 제약이 있었다고 하지만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장은 일방적인 설교와 자극적인 단어들만 남겼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29일 손혜원 의원의 국정감사 증인출석에 응했다. 몇 년간 게임사 대표들이 불출석 했던 것과 달리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국정감사에서 게임이 어떻게 다뤄질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4차 산업혁명에 게임을 포함하며 산업 발전의 가능성을 도모한 정부에 호의적 협조의 메시지이자 게임산업 진흥과 발전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자주 그래왔던 것처럼 게임은 때로는 인터넷이나 도박, 그리고 사행성 데이터가 혼합되어 사용되어 왔다. 인터넷이용자 수치가 게임접속자가 되는가하면, 청소년 게임이용자는 도박중독자와 결부된다. 질문이 이렇다보니 결국 답변 역시 간단하고 포괄적이며 쉽지 않은 대답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그마저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김택진 대표의 대답은 끊어지기 일 수였다. 증인으로 출석을 요청했다면 최소한 충분한 답변의 시간이나 의견을 듣는 것이 당연한데, 질문이 아닌 설교로 시작해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형태가 반복되었다.  

손혜원 의원은 게임산업은 진흥되어야 한다며 시작했지만 결국 사행성이란 프레임 안에서 YES 혹은 NO만 두고 질문했고, ‘개평’, ‘도박’, ‘배팅’이란 자극적인 단어로 답변의 폭을 좁혀 건설적인 대화의 기회마저 잘라버렸다.

조경태 의원의 데이터는 조금 더 나아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데이터를 대부분의 게임이용자로 확정했다. 게임별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층은 명확히 다르고, 엔씨소프트의 게임은 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가정으로 답변이 쉽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다.


리니지M의 최고 아이템 등장 확률이 낮은 것은 게임을 즐기지 않는 유저들도 알고 있는데, 이를 로또와 비교했고 댓글의 유저 의견을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비약과 오류가 너무 나아간 결과물이다. 

국정감사의 대부분의 질문과 프레임은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아닌 누가 현장에 나오더라도 답변할 수 없는 문제들이고 게임이 아닌 몰입할 수 있는 어떠한 문화 콘텐츠에 비유해도 큰 문제가 없는 사항들이다. 결국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고 비약과 왜곡으로 만들어진 질문은 휘발성으로 소비됐다. 

국감의 마지막에 김택진 대표가 “결제한도와 관련해 구글, 애플의 스토어의 문제를 언급했고 청소년 문제에 정부와 함께 의논했으면 한다.”는 멘트 정도가 현장에서 발언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정감사가 대화나 토론의 자리가 아닌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조금 더 건설적인 질문과 문제제기로 산업이 발전을 도모하거나 산업적 측면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따끔하게 언급한다면 누구도 이러한 것을 문제시 하지 않는다.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 비중이나 청소년의 게임접근, 자율규제, 해외의 규제 사례들에 대한 입장 등 국내대표 게임사의 대표로서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라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을 수 있다. 매번 국정감사 자리는 결국 몇몇 의원들의 잘못된 근거와 데이터로 비약된 메시지만 남기고 마무리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는데 올해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유저들도 탄식할만한 사례와 질문 수준이 현정부에서 바라보는 게임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면,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있는 게임산업의 발전과 진흥은 각각의 자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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