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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의 백래쉬’ 블리자드, 시대의 변화 앞에 서다
최호경 기자 | 승인 2018.11.04 21:42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가지고 있는 블리자드가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다른 의미로 ‘역대급’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블리즈컨 2018은 블리자드 팬들에게 큰 파장을 남겼습니다.

27년 회사를 이끈 마이크 모하임에 뒤를 이어 제이 알렌 브렉이 회사의 전면에 나섰죠. 신임 대표는 스스로 ‘얼리어답터’가 아니라고 언급했고, 게임시장이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블리즈컨 2018 현장에서 핵폭탄급 소식인 디아블로 모바일게임을 최초로 발표했습니다.

‘블리자드는 여전히 블리자드’라고 강조했지만 시대는 변화하고 블리자드 역시 그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됐습니다.

현장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에서 부정적 반응이 끊이지 않았고, 블리자드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반응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한국의 게임사들과 애플 등 몇 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은 회사들의 이미지가 실루엣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온라인게임을 시작으로 e스포츠의 중심에 있는 국내 게임사들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빠른 변화를 겪으며 유저들의 큰 반발이 있었고, 애플 역시 스티브 잡스 이후 과거의 영향력이 다소 흐릿해진 경향이 있습니다.

유저들이 열광했던 IP와 아이덴티티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면서 보다 큰 ‘백래쉬(backlash)’로 나타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큰 팬덤이 있었다는 것의 반증이죠.


일부 유저들은 ‘마이크 모하임이라면 과연 이러한 결정을 했을까’라고 언급하는데, 시대의 변화란 흐름 앞에 과거의 경영진은 언젠가 회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올해 데스티니와 콜오브듀티를 퍼블리싱하며 블리자드는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에 변화를 선택했고 캐주얼 모바일회사 킹을 인수하며 모바일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블리자드가 결국 변화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과거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역시 과거의 모습이라 볼 수 없습니다. 오버워치의 성공, 하스스톤의 지배력을 고려하면 과거 IP에 집중하던 블리자드도 장인정신만 고집할 수 없는 현실과 트렌드란 벽이 보이기 시작했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이 원하는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결국 꾸준한 매출이 필요합니다. 애플의 선택처럼 말이죠.

언젠가 마주해야할 변화하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의 반발 역시 감내해야할 문제고 다시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블리자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블리자드가 과거의 팬들을 등지는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지난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식 등을 보면 블리자드는 누구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매출을 기대했다기 보다 팬덤과 IP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 어떤 방식으로 완성되고 서비스될지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유저들의 반발이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는 사실입니다. ‘디아블로에 여러 팀이 있고 다수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 코멘트는 과거 블리자드의 인터뷰에서 상상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번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 이후 유저들의 반응에 신경쓰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블리자드이기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블리자드는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만 머무른다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오버워치가 등장하기 전 흔들렸던 시기가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선택이 이제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는 바뀌었고 이제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블리자드의 IP들이 모바일게임으로 등장할 것은 조만간 우리가 맞이해야할 현실입니다.

유저들도 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가고 우리가 바라보던 아이돌은 과거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기억하던 그 모습으로 남아주길 원하지만 시대는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시대와 변화의 흐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최호경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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