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검색포털 '다음(DAMU)'과 모바일 벤처기업 '카카오'의 합병이 결정됐습니다. 8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승인을 받게 되면 오는 10월 1일자로 통합법인 ‘다음카카오’가 탄생하게 됩니다.

26일 오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 소식은 1세대 온라인기업과 모바일 벤처기업의 합병, 시가총액 3조4천억 원대의 대형 IT기업의 탄생, 네이버의 경쟁자로 부각 등 큰 이슈들을 쏟아냈습니다.

오후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고, 양사의 대표들이 합병 이유와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합병 결정에 대한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기자간담회에 다녀왔지만 양사의 합병에 두고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습니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인수, 구글의 유튜브 인수,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 등 IT 대기업들의 빅딜 이유에는 상호보완적 측면이 강한 부분이 있어왔는데, 다음과 카카오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명확하지 않았던 이유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선, ‘카카오가 왜 다음을 합병 파트너로 선택했는가?’라는 부분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1대 1.556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카카오에게는 선택권이 있었고 다음은 선택 보다는 카카오의 선택에 따른 ‘결정권’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논의 주체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카카오에 보다 선택지가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카카오는 내년 5월 독자적인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모바일기업 중 최고의 선두 기업으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국내 최고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최근 신사업들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었으나 모바일게임 사업에서 큰 이익을 남기고 있고, 회사 규모와 가치, 모바일 사업 전개에 있어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다음은 1세대 온라인기업으로 검색, 커뮤니티 등으로 최고 반열에 올랐다가, 경쟁사인 네이버에 밀려 현재 검색 점유율에서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후 아고라와 같은 커뮤니티가 부각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다른 커뮤니티에 다소 밀려나 있는 상황입니다. 게임 사업 역시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신작 ‘검은사막’의 성적은 아직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고, 이전까지 게임 사업의 성적은 크게 눈에 띄는 정도가 아닙니다. 모바일게임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현재 장외에서 카카오의 주식은 12만 원대로 약 2조4천억 원(장외거래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음과의 합병이 아니어도 충분히 3조원 가량의 금액을 투자받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비슷한 평가가치로 다음과의 합병을 선택했습니다.

때문에 양사의 합병은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카카오가 다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입니다.결국 카카오는 실리를, 다음은 합병 주체로서 명분을 챙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사는 다음카카오의 합병의 이유로 ‘시너지 효과’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공략을 들었습니다.

때문에 두 번째 의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언급했는데, 이를 눈이나 수치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만큼 양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부분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음이 가진 검색 서비스는 단순 비교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과 비교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이 가진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insider), 식스모바일스(6mobiles) 등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해외 시장에서 와츠앱, 위챗, 스카이프 등과 다소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글로벌 메신저 보급률에서 카카오톡은 국내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경쟁자인 라인은 와츠앱이나 페이스북에 경쟁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톡은 글로벌 사업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은 검색 이외에 국내 1억 명이 넘는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역시 국내를 기반으로 한 SNS가 중심으로 구성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양사의 합병 이유가 공식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내 서비스가 중심이 될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다음이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폭넓은 회원과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기반으로 카카오톡이 가진 SNS를 가미한 신규 서비스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양사의 대표는 ‘다음의 커뮤니티, 생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신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점은 ‘김범수 의장’에 대한 코멘트를 아낀 부분입니다. 양사의 합병으로 다음카카오의 최대 주주가 되고, 한게임을 시작으로 경쟁사인 네이버를 현재 위치까지 올려놓은 1등 공신은 바로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로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고 글로벌 시장 분석과 추진력으로 국내 IT산업에서 손꼽히는 인물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서 김범수 의장에 대한 코멘트를 몇 마디 듣기 힘들었습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다음카카오의 합병으로 인해 네이버와 경쟁 구조가 만들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네이버의 창업 핵심인물인 김범수 의장은 조직의 핵심인물이 될 것이고, 경쟁 상대의 장단점 파악에도 그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데 말입니다.

이는 김범수 의장이 2007년 네이버를 퇴사하며 동종업계 사업과 관련된 서약을 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질 수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회사의 핵심인물들의 퇴사와 관련되어 동종업계 이직을 금지하는 서약을 맺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비슷한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몇 년간 국내 온라인사업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만큼,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을 최대 주주로 영입해 주역 사업인 검색 포털의 점유율을 높여가며 다양한 사업을 다시 한 번 추진하는 그림을 그린 것일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김범수 의장의 시장 분석과 사업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 받은 만큼 국내 사업 확장과 도약을 위해서 그의 능력은 다음카카오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다음의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가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전면에 나서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의 역할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것이죠.


26일 합병을 발표한 다음카카오의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직 다음카카오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된 내용이 없습니다. 때문에 여러 궁금증과 의문점이 남았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러한 궁금증에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전략적으로 사업 방향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은 것인지, 아직 사업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3조원이 훌쩍 넘는 시총의 거대 IT기업이 탄생한 만큼 많은 시선과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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