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 주도로 사회와 산업의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고 정부 정책과 입법 방향을 동시에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다.

그러나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의원은 손에 꼽았다. 결국 게임 정책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중심으로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진행된 게임 관련 질의를 살펴보고, 주목할 내용과 지적받을 만한 내용을 각각 선정했다. 다수의 증인 채택과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진 질의에 비해 영양가 있는 논의가 부족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GOOD - e스포츠 개념 정립, 포커, 독과점, VR 심의

국정감사에서 유저들에게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질의는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에게서 나왔다. 게임산업의 구조에 대해 이해한 모습을 줄곧 보였으며,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디테일한 자료들을 제시했다.

e스포츠 명예의 전당 자료의 수많은 오류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대한체육회장에게 "e스포츠는 게임인가, 스포츠인가?"란 질문으로 국내 체육계가 e스포츠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바꾸고 e스포츠협회를 정식 가맹단체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했다.

이동섭 의원은 일방적으로 게임산업의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블루홀 장병규 의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배틀그라운드 핵을 막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는가 하면, 게임위 이재홍 위원장에게는 일부 포커 게임에서 법망을 피한 거액의 도박 행위가 판친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게임위가 '눈뜬 장님'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또한 구글플레이의 독과점으로 인한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고 공정위의 조사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은 VR게임 심의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해외에서 만든 VR게임 중 청소년 이용불가를 받을 만한 게임 중 일부가 심의 없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VR 테마파크에서도 6종의 콘텐츠가 심의 없이 유통되었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현재 VR게임의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 비율은 일반 게임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몰입도가 높은 플랫폼 특성상 폭력성과 선정성에 더 꼼꼼한 심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가 드나드는 거리를 중심으로 VR게임 체험장 열풍이 부는 지금 시점에서 적절한 이슈 선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MISS - 게임중독에 건강보험, 치유 부담금, 살인과 게임, 게임뇌, 개평

게임 진흥을 전제조건으로 논의하는 문체위와 달리, 보건복지위와 여성가족위는 게임의 중독성에 초점을 맞춰 규제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이 많았다. 그러나 빈약한 근거 혹은 특정 집단의 일방적인 주장을 자료로 제시하면서 빈축을 샀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지난 6월 WHO가 새로운 질병분류에 게임장애를 포함시켰다고 말하면서, "한국표준질병에 게임장애 추가를 서둘러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야 한다", "게임업체들이 게임중독자 예방과 치료를 위해 치유 부담금을 내야 한다" 등 국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논조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WHO의 새로운 국제질병분류체계는 아직 사전 공개 단계이며, 정식 분류는 2019년 5월 총회에서 확정되고 효력은 2022년이 되어야 발생한다. 거기에 게임중독의 추가 여부는 학계 내에서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아직 정설이 되지 않은 게임중독의 개념을 지나치게 급하게 의료계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게임중독에 연결시켰다. 피의자가 게임에 몰입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게임 중독자의 뇌 구조가 마약 중독자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자료를 제시한 것. 그러나 게임뇌에 관한 가설은 정설로 취급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발단이 된 일본에서조차 유사과학으로 판명되어 사장된 지 오래다. 국내 정신의학계 중 일부가 이해관계에 의해 다시 꺼내든 이론을 신중한 조사 없이 그대로 가져온 셈이다.

문체위 국정감사에서도 미흡한 질의가 더러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게이머들 역시 불만이 존재하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의 폐해를 문제삼으려 했으나, 도박의 개평이나 슬롯머신 효과 등 핵심을 벗어난 주제로 흘러가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밖의 문체위 의원들 역시 확률형 아이템의 이해도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