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할 만한 게임 있었어? 솔직히 말해봐"

기자들이 지스타에 다녀오면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지스타에서 일반 관람객이 시연 한 번 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하고, 하루 방문으로 모든 시연작을 다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궁금증 해소를 위해 시연작을 모두 체험한 게임인사이트 3명의 기자가 나섰습니다. 시연 버전이 순수하게 재미있었던 게임을 각자 2개씩 골라보기로 했죠. 그런데, 각자 고른 게임이 완전히 달랐어요. 짠 것도 아닙니다. 흠, 인터레스팅. 세상 아래 같은 취향은 없나봅니다.

취향은 다르지만 순수하게 자기가 느낀 바를 그대로 쓴 3인의 추천작,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길용찬 기자 :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 A3:STILL ALIVE

기자의 편견을 박살낸 2개 게임을 골랐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이 공개됐을 때, 단순한 추억팔이 정도에서 그치겠거니 했다. 그런데 시연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본 법칙만 남고 완전히 다른 시스템과 액션을 보여줬다. 조작도 원작에 비해 훨씬 쾌적해졌다. 과금 모델만 합리적으로 나오면 제2의 '크아 중흥기'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죄다 모바일로 새로 나오냐는 불만이 나오는 시대지만, 이 게임은 오히려 모바일 덕분에 날개를 달 가능성이 보인다.

A3:STILL ALIVE 역시 30분 배틀로얄 모드를 보고서는 대세 장르에 고민 없이 편승하려는 것 아닐까 싶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시연 중 가장 재미있었다. 플레이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한 설계가 눈에 보였다. 용병의 학습형 AI도 노력의 결정체라고 느꼈다. 대중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을지는 불투명한 무한경쟁 스타일이지만, 이 게임을 통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할 유저들이 분명 있다. 그만큼 지금 시장에 대체재가 없다. 그리고, 잘 만들었다.

 

김동준 기자 : 트라하 / 바람의나라: 연

트라하는 첫 느낌부터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와 달랐다. 커스터마이징을 할 때만 해도 기존의 MMORPG와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난 후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그동안 많은 MMORPG가 온라인게임 못지않은 그래픽을 보유했다는 흔한 수식어구를 사용했지만, 트라하는 그 이상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짧게 진행되는 시연버전의 특성상 단기간에 임팩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트라하의 고퀄리티 연출과 그래픽은 이를 전달하기 충분했다. 

바람의나라: 연을 플레이해보고 난 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게임을 켜면 등장하는 넥슨 로고와 여자아이의 실루엣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GIF 애니메이션부터, 과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2D 도트 그래픽, 맵 이동 시 등장하는 ‘로딩중’이라는 문구에 이르기까지 ‘내가 했던 게임’이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자동이동 및 자동전투시스템과 파티 매칭시스템, 깔끔하게 짜인 퀘스트 동선 등으로 트렌드와 함께 편의성을 갖췄다. 최근 비슷한 색깔의 모바일 MMORPG가 다수 출시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과거의 향수와 트렌드를 모두 갖춘 바람의나라 연은 유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송진원 기자 : 세븐나이츠2 / 더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

모든 작품들이 각자의 재미와 개성을 드러낸 가운데, '변화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 작품은 세븐나이츠2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스타 전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도 세븐나이츠2였다. 작년 행사에서 처음으로 시연된 작품은 말 그대로 뼈대만 공개된 수준이었다. 원작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나 오버히트 등과 비교했을 때 세븐나이츠2만의 매력 포인트를 찾기 힘들었다. 

1년 후 다시 등장한 세븐나이츠2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시연대에 올랐다. 그래픽은 물론이거니와 PC게임급 스킬 연출과 전투 방식 등으로 탈바꿈했다. 원작과 전혀 다른 장르에 수집형RPG 특유의 캐릭터성을 자연스럽게 녹인 점이 대단하다. 물론 정식 출시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다운그레이드 없이 시연 버전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지만 ‘플레이하고 싶다’라는 기자의 욕구에 불을 지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더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의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하다. 원작을 좋아하는 유저로서 액션RPG로 변화한 게임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니 기본 공격과 스킬 간의 연계와 공중 콤보 등 격투게임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이질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격투게임 특성상 스토리 상 캐릭터 간 상성 관계를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던 점을 서포터와 팀 시스템으로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시리즈가 많은 만큼 액션RPG로 재구성될 원작의 폭넓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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