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도 로스트아크 이야기다. 대기열 이슈로 시작해서 게임 자체의 호평이나 엔드 콘텐츠 논쟁까지. 소문이 소문을 부르면서 모여든 유저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즐기기 위해 접속 경쟁을 펼치고 있다.

놓치기 쉬운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로스트아크의 장점으로는 많은 것이 언급된다. 최고급 액션, 놀라운 스토리 연출, 부드러운 퀘스트 동선 등. 하지만 유저가 피로를 느끼지 않고 오래 즐기는 힘은 사소한 설계들에서 나온다. 로스트아크가 특히 칭찬 받을 부분은 디테일이다. 

1. 상호작용 진행 바 - "대체 텍스트를 얼마나 넣은 거야?"

게임 극초반에 큰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여러 상호작용을 할 때마다 진행 바에 출력되는 텍스트 내용이 상황에 맞게 전부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에 자주 하게 되는 상호작용은 같은 행동이라도 더 다양한 텍스트가 출력된다. 채집이나 고고학 등 생활 스킬을 사용할 때가 좋은 예시다. 

MMORPG에서 유저가 특정 행동을 하면서 진행 바를 지켜보는 동안은 소위 '멍 때리게' 되는 시간이 발생한다. 길어야 몇 초지만, 그것이 수백 번 누적되면 집중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유저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상황에 맞는 텍스트를 보여주는 장치는 체감 템포를 빠르게 만든다. 

진행 바에 다양한 텍스트로 유저 시선을 잡아놓는 기법은 여러 게임에서 쓰던 기법이다. 하스스톤의 로딩 바 텍스트도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MMORPG에서 스토리 상호작용에 따라 전부 다르게 텍스트를 넣는 것은 스케일 면에서 엄청난 일이다. 로스트아크의 진행 바 텍스트만 해도 무시하지 못할 분량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는 그 어떤 중요한 스토리 대사보다도, 진행 바 텍스트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런 점을 포착해 꼼꼼하게 준비한 노력과 센스는 로스트아크 최고의 디테일로 볼 수 있다.

2. 던전 파티 시스템 - "No Risk, No Stress"

MMORPG에서 협력 플레이는 빠질 수 없지만, 모두가 협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솔플'을 좋아하고 파티플레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유저도 존재한다. 

그러나 로스트아크에서 파티플레이의 고충을 토로하는 사례는 매우 적다. 유저간의 균열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 장치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파티 인원에 비례해 실시간으로 반영되어서 탈주 인원이 생겨도 문제가 없고, 던전 파티 찾기도 간편하며 유저끼리 갈등이 생기는 던전 설계도 없다.

물론 파티에 참가한 채로 싸우지 않거나 매너 없이 행동하는 '트롤' 플레이는 태생적으로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신고 시스템이 간편하게 구성되었고 현재 대처도 빠르기 때문에 사후 처리는 문제 없이 되는 편. 그래도 싫은 유저는 하드모드 솔플로 던전을 클리어할 수도 있다.

3. 스킵 가능/불가 스토리 구분 - "우리 타협하자, 이것만 봐줘, 그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스킵 문제는 온라인게임이 항상 겪는 딜레마다. 게임사는 공들여 만든 시네마틱과 이벤트 씬을 유저가 봐주고 스토리를 함께 따라왔으면 하지만, 스토리에 전혀 관심 없는 유저는 언제나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다고 전부 스킵을 가능하게 하자니 시간 효율을 생각하면 모든 스토리를 넘기는 유저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는 위험이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적절한 타협안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씬은 스킵 가능, 다만 스토리의 가장 핵심 부분은 스킵 불가능. 그 결과 양쪽 유저를 모두 만족시키는 스토리 진행을 완성했다. 던전 이벤트 씬도 중요한 장면은 대부분 마지막에 몰려 있어, 스킵하면서 달려온 유저도 스토리를 따라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만일 모든 스토리가 스킵이 가능했다고 상상해보자. 영광의 벽부터 광기의 축제 퀘스트까지 이어지는 영화 같은 장면을 제대로 못 즐긴 유저가 있었을 것이다. 그 연출은 초반부터 흘러오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이어져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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