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들은 게임 장르와 도전과제를 표현하기 위해, 복잡한 설명 대신 간단한 스토리를 사용하곤 했다. 납치당한 공주를 구하거나 악당을 물리치는 등 게임의 목표를 스토리 안에 녹여내, 게임 규칙을 한 편의 동화책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마리오, 소닉, 젤다 시리즈도 초창기 스토리는 단순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퀘스트 NPC도 없어, 주인공과 최종 보스와의 갈등이 전부였다. 무엇보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발사는 배경보다 게임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시간이 흘러 게임 산업이 확장되면서 게임의 세계관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게임 볼륨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이어졌고 주인공에 얽인 인물관계도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악당을 해치운다’라는 1차원적인 목표는 ‘부모님의 원수인 악당을 여행 중 만난 동료와 해치운다’ 등의 배경이 추가돼, 서사적인 구조로 확장됐다.

기존 소설, 영화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게임 스토리는 콘텐츠 창작에 있어 높은 자유도를 보장받는다. 한정된 분량으로 배경과 사건을 설명해야 하는 영화, 소설과 달리 게임은 스크립트와 영상, 연계 퀘스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다. 

이미 블리자드는 게임 스토리를 활용한 OSMU(One Source Multi Use) 영역으로 소설과 만화를 넘어 영화 제작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최근 게임을 넘어 다양한 문화 매체에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관련 콘텐츠가 등장했고 자연스럽게 홍보로 이어졌다. 

특히, 블리자드는 단순한 ‘권선징악’ 스토리를 타락, 배신, 음모 등의 요소로 입체화 시켜, 다음 이야기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끔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나쁜 악당이더라도 타락의 이유를 부여했으며, 어제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는 등 캐릭터의 내면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때문에 스토리의 다변화는 OSMU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 간 대화로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을 소설에서 드러내거나 만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등 게임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산업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블리자드의 성공적인 확장에 이어 최근 라이엇게임즈도 영역 확장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룬테라 대륙을 배경으로 단편 소설과 코믹스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신규 챔피언과 스킨이 출시될 때마다 관련 콘텐츠를 공개해온 라이엇게임즈는 마블사와 협력한 코믹 단행본 ‘리그오브레전드 – 애쉬, 전쟁의 어머니’로 본격적인 OSMU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게임의 경우 만화, 소설을 기반으로 게임이 제작된 경우가 많아 기존 팬층과 유저들의 일러스트와 굿즈를 기반으로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넥슨은 자사 게임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오프라인 축제 ‘네코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왔으며 유저 간 창작물을 교류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게임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작품 내 콘텐츠뿐만 아니라 세계관을 둘러싼 스토리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게임성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다른 산업으로 연계할 가능성이 높고 게임의 수명도 길어진 만큼 스토리의 잠재적인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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