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마다 1만 명 이상의 대기열로 '입구컷' 사태까지 벌어졌던 로스트아크 문제는 이제 추억으로 사라지게 됐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주말 대대적으로 서버를 증설했다. 그 결과 주말 피크타임에도 3천 명, 그밖에는 대기열을 아예 보기 힘들 정도로 안정화됐다.

온라인게임에서 유저의 욕심과 요구는 끝이 없기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정당한 권리다. 그 욕심 덕분에 게임이 발전하게 된다. 제발 서버만 들어가게 해달라는 소원이 이뤄지자 다음 해결 과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기열이란 강력한 보스를 격파한 스마일게이트가 앞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상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늘 아래 완벽한 밸런스는 없다. MMORPG는 더욱이 직업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밸런스이기도 하다. 로스트아크는 탱/딜/힐 구분이 없고 파티 기여도가 높은 워로드와 바드를 제외하면 모든 직업이 딜링에 치중되어 있지만, 강점은 세부적으로 나뉘고 그 과정에서 중요도가 밀리는 직업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 상향이 필요하다는 말이 가장 언급되는 직업은 호크아이와 아르카나, 그리고 디스트로이어다. 이중 아르카나는 직업 설계 특성상 섣불리 상향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지만, 호크아이는 '호구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딜링 능력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디스트로이어는 무력화 능력이 탁월하지만 역시 순수 딜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레이드 모집 시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

밸런스 패치가 까다로운 이유는 PvP와의 온도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레이드에서 기피당하는 호크아이는 PvP 상위권으로 취급받으며, 레이드 최상급 딜러 서머너는 PvP에서 맥을 못 추는 분위기. 거기에 인파이터가 장착하는 기혈파괴 룬이 상대 유저의 스킬을 사실상 봉인하는 수준으로 강력해 논란이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밸런스 문제를 로스트아크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새로운 4개 직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그 시점에서 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밸런스보다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은 주제가 파티찾기 기능 개선이다. 레벨업 구간에서 간편한 파티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지만, 세계 구석구석 콘텐츠가 퍼져 있는 50레벨부터는 해당 던전 지점에 일일이 가서 파티를 찾고 입장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레이드에서 자동 파티찾기 기능이 없다 보니 지역 채팅창을 한참 주시하다가 초대를 받아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던전 입장과 맞물려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레이드 콘텐츠가 존재하는 대부분의 MMORPG가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만큼 편의성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

생활 콘텐츠도 아직 미완성이다. 전투와 생활 경험치를 따로 둘 정도로 UI 면에서 비중을 크게 둔 분야인데, 지금까지는 생활 콘텐츠를 통해 무언가 생산과 경제 활동을 할 여지가 적다. 그나마 아크라시움을 구할 수 있는 채광에 유저가 집중적으로 몰렸고, 기타 다른 생활 스킬에 대한 매력 역시 부족하다.

게다가 인게임 재화인 실링을 지불해 초기화하는 전투 스킬과 다르게 생활 스킬을 초기화하려면 무려 500크리스탈이 소모된다. 경제 구조가 연관되어 있으니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면 다양한 생활 스킬이 모두 경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다.

빠질 수 없는 주제가 항해와 섬이다. 항해는 사실상 50레벨 콘텐츠의 기반을 담당하는 핵심 요소인데, 지나치게 느리고 플레이도 단조롭다는 의견이 많다. 콘텐츠 소모 속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속도 문제는 이해할 수 있으나, 플레이의 다양성 추가는 필요해 보인다.

운이 없으면 마음을 못 먹는 섬이나, 태생적으로 걸음이 느린 직업은 마음을 못 먹는 섬 등 섬의 마음 얻기가 지나치게 힘든 경우도 있다. 다만 이 점은 섬이 워낙 많기 때문에 몇 군데를 못 먹는다고 해서 플레이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다양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새로운 섬을 계속 추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기타 의견으로는 호감도 달성 NPC와 연애나 결혼 이벤트를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종종 보인다. 감성적으로 참 바람직한 제안이다. 수십만 명과 결혼할 샤샤나 바스티안을 떠올리면 세계관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잦은 버그에 대한 지적이나, 각종 편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부족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있다.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MMORPG는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스트아크는 완벽에 가까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 세계를 가꾸어나가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연 개발을 잘 했고 '운영'도 잘 하는 게임으로 굵고 길게 뻗어나갈 수 있을까. 

본격적인 이정표가 어떻게 세워질지는 앞으로 스마일게이트의 발걸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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