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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범인이 어찌 천재의 뜻을 헤아리리오
최호경 기자 | 승인 2014.09.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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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소재를 사용한 영화들을 단순하고 조악하게 두가지로 분류를 하자면, 과학기술을 통해 진지한 드라마를 펼치는 영화와 과학기술을 소재로 하여 활극을 벌이는 액션영화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전자가 더 낫고 후자가 더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며, 오히려 후자 쪽에 명작들이 많은 비율로 포진되어 있기도 하죠. 특히 진보된 과학기술을 통해 펼쳐지는 액션이 주는 쾌감은, 다른 장르영화들이 쉽사리 범접할 수 없는 굉장한 메리트이기도 하구요.

‘루시’는 전형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평범한 여대생이 우연찮게 마약거래에 휘말리게 되었다가 뜻하지 않게 그 신종 마약에 노출되게 되고, 그로 인해 뇌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보여줍니다. 약 10% 밖에 안되는 현생인류의 뇌사용량이 늘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상상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리미트리스’도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었죠. 세계의 천재들에 대해 논할 때 언제나 등장하는 떡밥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루시의 뇌 사용량이 늘어감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묘사가 이 영화를 보는 주된 감상포인트 일 것입니다. 사실 그 전반적인 과정은 노먼 교수(모건 프리먼)의 강의로 아주 친절하게 잘 설명을 해주죠. 그가 말했듯이 가설일 뿐인, 뇌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초인이 되어간다는 그의 주장에 따라 루시는 점점 인간의 한계를 벗어납니다. 타인의 기억을 읽고, 세포를 재배열하여 신체를 변형하고, 사물을 투시한다거나 일종의 사이코키네시스를 사용해 물체를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SF영화의 측면으로 볼 때, ‘루시’에서 거론되는 담론들(특히 존재는 시간이 규정한다는 것과 같은)은 충분히 고찰해 볼 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일정부분 생산적인 질문을 던질만한 요소가 영화 전반에 존재하죠. 하지만 그 담론들은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극도로 단순하게 가공된 나머지 애초에 갖고 있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립니다.

액션영화로서의 재미를 보자면, 루시가 각성한 이후부터는 시종일관 악당들은 나와서 당하기만 합니다. 맞아요. 영화는 진지한 SF영화로서의 담론과 액션영화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둘 다 놓쳐버린 모양새입니다. 액션씬은 그 효용가치을 잃고, 악당은 루시만 보여주기엔 심심한 나머지 끼워놓은 것처럼 처량해 보입니다. 그 와중에 인간의 뇌사용량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기 시작하지만, 시험기간 전날에 하는 벼락치기처럼 러닝타임이 끝나기 전에 이야기를 다 끝내려고 조급하게 늘어놓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가 의도하는 역할을 충분히 잘 소화한 것처럼 보입니다. 초반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붙잡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나 (뇌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지만)이후에 점점 무표정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내에서 루시가 소비되는 방식과는 별개로 그녀가 캐릭터를 몸 안에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그녀가 당대 가장 핫한 스타이자 배우라는 걸 온 몸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민식씨의 연기는, 극 중 캐릭터가 악당의 스테레오 타입의 가장 안 좋은 예에 가까워 딱히 인상적인 면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보여주었던 악마성과 ‘레옹’의 개리 올드먼을 반씩 섞어놓은 듯한 인물이었습니다만, 초반의 카리스마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그저 루시에게 당하며 루시의 능력을 확인시켜주는 역할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거의 다 이렇게 소모적으로 쓰이고 있긴 합니다만.

인상적인 담론과 초반의 스피디하고 파워풀한 전개, 화려한 CG와 주조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명장’ 뤽 베송 감독의 신작은 성공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아름다운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이나 (아이맥스관이라면) 클라이막스에서 루시가 시간을 거슬러 우주의 진리를 파악해가는, 마치 ‘트리 오브 라이프’의 오프닝과도 같은 우주씬이 그나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영화의 빈 부분을 충당하기엔, 다른 영화에 비해 짧은 약 90분의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버거워 보입니다.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이해웅(http://yarkteim.blog.me)

최호경 기자  ginspre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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