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트렌드가 모바일게임에 다시 돌아왔다. 최근 검은강호, 신명, 천존협객전M 등 화려한 액션과 장르의 정통성을 강조한 신작들이 등장했으며 넷마블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또한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등 소위 ‘중세 판타지’라 불리는 서양 세계관의 모바일게임이 모바일 MMORPG를 주도한 만큼, 무협의 재조명은 다양성 측면에서 유저들의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중세 판타지와 무협 모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손에서 불을 내는 모습을 마법 또는 무공으로 정의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판타지 장르의 특징으로 묶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콘셉트가 비슷할 뿐 캐릭터와 배경, 사상 등 세부적인 요소에 큰 차이점이 있어, 두 장르는 엄연히 다른 세계관으로 평가받는다. 절대적인 악의 세력이 있는 서양 판타지와 문파 간 이념 차이로 갈등이 발생하는 동양 판타지는 사건의 전개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무협에 어울리는 동양적 아름다움과 중세 판타지 특유의 다양한 세계관을 담은 배경은 장르의 아이덴티티라 불릴 만큼 독특한 매력을 선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갑옷, 무기 등 장비의 외형으로 드러나는데 중장비에 가까운 서양식 갑옷과 전통 의상 같은 두루마기 등 세계관에 최적화된 미적 스타일로 표현된다.

방향성이 서로 다르다 보니 게임 시스템의 특징도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로스트아크처럼 스킬 개성이 강해 단편적인 연결로 콤보를 쌓는 방식과 달리 블레이드앤소울의 경우 무공 사용 시 다른 무공으로 연계되는 유동적인 전투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처럼 무협과 서양 판타지는 엄연히 다른 세계관이다. 기사도, 사제 관계, 요정, 드래곤, 경공 등 세부적인 차이점이 많아, 개발자들은 이러한 개성이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설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다만 최근 출시됐던 무협 모바일게임을 살펴봤을 때 배경과 캐릭터를 제외하고 장르의 특징을 살린 작품은 찾기 어렵다. 구름과 도포, 무공 등의 요소로 형식적인 구성을 갖춘 게임은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대중적인 MMORPG 시스템에 동양풍 외형을 씌운 방식에 가까웠다. 

물론 신작 게임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구성으로 개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간단해 보일 수 있으나 인터페이스와 배경 등 기본적인 요소에도 수많은 시도와 개발력이 투입됐다. 때문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비슷한 조작 방식과 구성을 갖춘 것은 유저의 편의성을 고려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콘텐츠 부분에 있어 무협 모바일게임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가 과연 무협만의 것인지는 의문이다.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은 모바일게임의 특징이지, 무협만의 장점이 아니다. 

또한 최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파와 인연, 결혼 시스템 역시 일반적인 커뮤니티 기능의 연장선에 가깝다. 무협이 MMORPG에 어울리는 소재일 수 있으나 서양 판타지와 분명한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때문에 무협을 배경으로 선택한 모바일게임은 콘텐츠부터 기존 흥행작들과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이 모바일 MMORPG 기반을 다진 것은 맞지만 무협 게임의 성공 스토리는 아니었다. 특히, 길드와 문파 개념이 다르듯 두 장르 간 콘텐츠가 명확히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방식이 같아, 무협만의 개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중세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무협은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다. 현실을 뛰어넘는 판타지 세계관에서 동양적 아름다움을 강조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개성이 곧 경쟁력인 모바일게임 시장인 만큼 기존 MMORPG 구조에서 벗어난 무협 게임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거듭나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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