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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아저씨 기자가 슈퍼스타BTS를 플레이한 썰
길용찬 기자 | 승인 2018.12.04 10:47

최신 음악을 잘 받아들인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일간이나 월간차트를 꾸준히 들으면서 지금 음원에서 누가 강한지, 팬덤은 어디가 많은지도 알고 있었다. 남자 아이돌 중 샤이니나 인피니트 같은 그룹은 노래가 좋아서 신곡 나올 때마다 들었고, 재작년부터는 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즐기는 게임 장르가 리듬게임이기도 하다. 플랫폼을 불문하고 안 해본 리듬게임 장르는 거의 없을 정도. 게임만큼이나 음악을 좋아해서 귀를 즐겁게 하는 게임에 보너스 점수를 주곤 한다.

그래서 올해가 끝나기 전에 해봤다, 슈퍼스타BTS.

방탄소년단(BTS)이 전세계에서 얼마나 엄청난 성과를 올렸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듯하다. 슈퍼스타BTS는 BTS의 급상승세가 진행되던 2018년 1월에 출시되어 시너지를 낸 게임이다. 슈퍼스타SM타운과 슈퍼스타JYP네이션을 만들었던 달콤소프트가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개발했고, 전작들보다 시스템이 한결 개선됐다는 평이 많다.

타이틀 화면을 처음 만났다. 이상하게 민망했다. SM이나 JYP는 성별 균형이 잘 맞아서 큰 위화감이 없었는데, 이건 '남돌 게임'이라는 사실이 바로 실감 났다. 게임을 시작하자 멤버 중 한 명의 프로필 사진을 골라야 했다. 초반부터 난제다. 뷔가 호감상이었던 기억이 나서 우선 선택했다.

리듬게임 화면으로 들어가도 배경으로 해당 앨범의 자켓 사진이 뜬다. 첫 단점이 벌써 생겼다. 일반인 코스프레가 불가능하다. BTS가 메이저 중 메이저라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2호선과 7호선을 오가는 출퇴근 지옥철에서 하루 30분에서 1시간씩 해보기로 정했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면도도 깔끔하게 하고 다녔다. 같은 오징어라도 조금이나마 품질 좋은 오징어여야 액정 화면에 얼굴이 비칠 때 위화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퇴근시간 2호선 서초역쯤 틈바구니에서 오늘의 미션을 하고 있는데, 건너건너쯤에서 서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어머 저기 봐봐 저 아저씨, 저거 슈스비(슈퍼스타BTS 줄임말) 맞지?"
"헐 대박"

저기 정확하게 곡 끝난 타이밍이라 다 들리거든요. 그 반응은 반가움이었을까 놀라움이었을까 동물원 희귀짐승 감상이었을까. 그리고 아저씨라니. 아니 아저씨는 맞는데 그래도.

역시 카드 등급과 레벨이 깡패다

캐릭터 중심 리듬게임답게 클리어 난이도는 관대한 편인데, 만만하지 않았다. 달콤소프트의 전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익숙하지 않을 때 하드 난이도를 올 콤보 클리어하기는, 아무리 리듬게임 경력이 많았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긴장감이 있어서 좋긴 한데, 미션이 노멀 난이도 클리어로 자주 나와서 어차피 양쪽 다 해금해야 했다.

많이 달라졌다지만 전작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키음이 없는 점은 역시 아쉬웠다. 노래만 온전히 듣고 싶은 팬들도 있겠지만 옵션에서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인데. 오래 하다 보면 심심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강화를 위해서 다른 멤버를 갈아넣어야 한다니 얼마나 비극인가

앨범마다 첫 곡이 열리고 그 노래를 플레이하면 다음 곡이 열리는 방식인데, 순서 배치 기준이 궁금했다. 트랙 순이 아니다. 다이아를 들여서 추가 미션을 샀는데 앨범 마지막에 있어서 그 자리에서 앨범 하나를 한 번에 열어야 했던 적도 있다.

단 한 그룹만 등장하는 리듬게임이다 보니 카드는 같은 멤버라도 각자 맞는 앨범에 배치시켜야 했다. 화양연화Pt.1 앨범 카드가 나오지 않았다. BTS 노래에 처음 주목한 시기가 화양연화 시리즈였는데, 카드 질이 낮으면 점수가 적게 나오는 캐릭터 리듬게임의 숙명이 이럴 때는 마음 아팠다. 그래도 다른 앨범 역시 막상 들어보니 좋았다. 결론적으로 즐겁게 했다.

마이 룸을 처음 들어갔을 때의 충격도 잊지 못한다. 대표 카드로 설정한 멤버가 메신저 톡처럼 말을 걸어왔다. 이미 설정된 대사인 걸 알고 봐도 흠칫 놀랐다. 말투가 너무 사근사근해서 닭살이 한 겹 돋아났다. 멍하니 보고 있자 점점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 흘러나왔다.

아 그래, 당신의 본명은 김태형이구나. 생일은 12월 30일이고. 큰일이다, 외우기 너무 좋은 날짜다. 평생 생일 외운 사람은 부모님과 예전 여자친구가 전부였는데, 여기에 방탄소년단이 추가될 거라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반응이 궁금하다.

저기 아미 여러분... 이 분(?) 원래 이런 분이에요?

조금씩 익숙해지고 올 콤보 곡이 많아질수록 더 좋은 성적에 욕심이 났다. 올 퍼펙트도 쳐야 하고, 올 S퍼펙트까지 존재했다. 본격 리듬게임으로 봐도 손색없을 만큼 높은 도전과제였다. 게임이 출시한 지 좀 되니 올 S퍼펙트를 가뿐하게 치는 유저도 많더라. 이것이 바로 재능과 팬심이 결합했을 때 생기는 위대함일까.

플레이하면서 "이게 BTS 노래였구나!" 하며 뒤늦게 알아차린 곡도 많았다. 예전 카페에서 흘러나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며 들은 곡이 있었는데, 그게 'Lost'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 들은 노래 중에서는 I'm Fine이 인상적이었다.

슈퍼스타SM타운을 할 적에도 모르던 좋은 노래를 많이 알았는데, 이번에도 음원 재생목록에 BTS의 몇 곡이 추가됐다. BTS 팬이 아니라도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는 이유다. 게이머들은 거의 인싸라서 번화가 다니다가 노래 많이 듣지 않나. 하다못해 연예계 아예 모르고 트위치TV만 오래 봤어도 불타오르네 정도는 알게 되어 있다.

싸인 카드도 수집이 된다. 확률은 7%

그렇게 일주일을 즐겼다. 노래가 워낙 많아서 한 곡을 자주 들은 것도 아닌데, 이제는 곡을 고르면 어떤 전주가 흘러나올지 감이 잡히는 수준이 됐다. BTS 곡마다 전주가 선명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DNA의 전주다.

리듬게임은 적어도 기본 이상 맞췄고, 캐릭터물로 잘 만들었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임이었다. 앨범별 카드 강화의 세계는 현기증이 났지만 그만큼 팬서비스 보상은 확실했다. 멤버를 챙기는 이벤트도 꼼꼼했고, 리그 랭킹 시스템도 흥미로웠다. 팬에게는 또 하나의 '덕질' 콘텐츠를, 다른 음악팬들에게는 이해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매주 티어가 오르내리는 리그 시스템도 재미있다

알고 나니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았다. 지난 주말 멜론뮤직어워드(MMA)에서 BTS가 보여준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를 멤버 특성까지 이해하며 볼 수 있었다. 와 제이홉 통통 날라다닌다, 지민 손짓 카리스마가 저거구나 등등. 아미 사촌동생을 설에 만나면 점수를 딸 수 있겠다.

아재개그 좋아하는 진 생일을 축하한다. 그리고 주말에 보니 지민이가 참 멋진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미쳤거나.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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