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목소리는 이미 각지에서 흘러나왔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그 조짐은 수출액 통계에서 보이고 있다.

게임산업 수출액에서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돌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난 11월 공개한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수출액은 상장사 비중이 71.7%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7년 하반기 62.9%보다 9% 가량 증가한 수치다.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차이가 벌어진 자료만으로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상장사 수출액 급증 소식은 게임계에 희소식이다. 문제는 비상장사 수출액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산업 전체 수출액에서 상장사 수출액을 빼면 답이 나온다. 2016년 하반기 약 12억 6천만 달러를 기록한 비상장사 수출액은 2017년 상반기 8억 달러로 떨어졌다. 보통 상반기 매출이 하반기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낙차가 크다. 2018년 상반기는 6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2017년 하반기는 넷마블게임즈가 상장사에 합류하면서 비율이 요동쳤기 때문에 섣불리 해석하기 않더라도, 2018년 상반기 들어 더욱 벌어진 차이는 현재 심각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눈에 띄는 문제는 아니다. 전체 매출액의 경우 상장사 비중은 48.6%로 작년 하반기보다 오히려 4% 감소하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 매출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장에서 크게 벌어진 수출 차이는 장기적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상장사 사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상장사 중 절반 가량은 2018년 상반기 영업이익 및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게임계 전체의 매출과 수출액 모두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가 악화된 게임업체가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상위 업체와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출액 상승이 상위 업체에 집중되는 현상은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전체 자본이 늘어나더라도 한 업체가 운용하는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산업 전체 종사자 중 상장사에 속한 비율은 2018년 상반기 14%로, 작년 하반기 대비 0.9% 증가에 그쳤다.

강남 소재 비상장사에 근무하는 한 개발자는 "게임의 마케팅 비용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초 자본이 부족하면 게임의 존재조차 알리기 어렵다"면서, "특히 동남아시아 등 저사양, 캐주얼게임 시장은 중국과 미국의 대자본과도 싸우게 되어 힘겨운 실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게임 경쟁은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간 지 오래다. PC와 모바일 모두 전세계 게임이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 있고, 자국 매출에만 집중하는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나타나는 수출 양극화 현상은 곧 게임계 뿌리의 위기와 연결된다. 장기적으로 게임산업 전체가 마를 수 있다. 창의적인 시도가 성공 모델로 자리잡으려면 환경이 뒷받침해야 한다.

결국 정부가 지원 방향을 재정비하는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개발사 및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지원을 받기 위해 오히려 시간과 자금이 소모된다"는 점이 있다. 또한 지원 부처에 게임 관련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 제대로 된 개발에 지원이 가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와 관계 부처는 전문 인력도 확충하는 동시에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쓸 필요가 있다. 지나친 확률형 상품으로 수익을 올리는 행태를 철저히 감시하는 한편, 독창성과 작품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소규모 게임에게 적극적으로 진출할 길을 열어주는 '포지티브'형 지원이 절실하다. 뿌리가 마른 나무는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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