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면, 2018년이 끝나고 2019년 새해가 찾아옵니다. 온라인, 모바일, 콘솔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신작들과 장르들이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두르고 등장했던 만큼 유저에게 행복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는 다양한 신작들과 현장 취재로 풍성했습니다. 특히, 검은사막 모바일, 로스트아크 등의 2018년 출시작으로 MMORPG 울렁증을 극복했으며 롤드컵과 지스타 현장 취재로 ‘게임=온라인’이라는 고루한 편견도 완벽하게 개선했죠.

다양한 신작들이 2018년의 시작을 알린 가운데 ‘야생의땅: 듀랑고’의 존재감은 독특했습니다. 모바일 MMORPG 장르에 ‘개척형 오픈월드’로 차별화한 듀랑고의 플레이 방식은 ‘중세-판타지-강화’ 3박자로 굳어졌던 콘텐츠에 단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선사시대 부족 생활을 너무 현실적으로 구현한 터라 단체 생활의 폐해를 게임에서도 겪는 디테일도 놀라웠죠.

우습게도 ‘듀랑고 갓겜’을 외치던 한 유저는 1달 후 검은사막 모바일을 잡고 ‘역시 MMORPG는 중세 판타지지!’를 외치게 됩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아이덴티티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비롯해 높은 수준의 그래픽, 전투 AI, 미니맵 등을 모바일로 선보여, 그동안 중세 판타지가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중세 판타지 게임을 못 만났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여기에 로스트아크가 잘 만들어진 3부작 영화의 완결편처럼 등장하면서, MMORPG는 일 때문이 아닌 애정으로 플레이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MMORPG 유저에게 익숙한 핵앤슬래시 방식에 스토리 연출과 생활 콘텐츠, 항해, 레이드 등이 더해져, 풍부한 콘텐츠로 구성된 영웅의 일대기를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왕의기사’를 노예 부리듯 대하는 시민들과 베아트리스를 보자면 광기군단장과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요. 

또한 신작 리뷰와 함께 기자의 장점 중 하나는 유저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축제 현장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실제로 신작 발표회를 비롯해 마블 배틀라인이 발표됐던 코믹콘이나 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 2018, 진정한 ‘축제’를 연출했던 지스타 2018 등 하나같이 잊을 수 없는 기억들입니다. 

롤드컵의 경우 부산과 광주를 번갈아가며 방문했던 만큼 다소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리그오브레전드 팬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경기 종료 시간에 맞춰 사진을 찍으러 무대로 달려가거나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는 순간은 기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까요. 

글로벌 규모의 대회인 만큼 해외 웹진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 브라질 등 다양한 국적의 기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면 게임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죠. 특히, ‘유럽vs중국’으로 치열했던 4강전 당시  기자실은 기자들 사이의 묘한 신경전으로 독특한 분위기가 맴돌기도 했습니다. 

롤드컵과 함께 관심도를 논하자면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게임 축제 지스타 2018를 빼놓을 수 없죠. 규모도 규모인데다 올해는 특유의 인싸문화를 자랑하는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메인 스폰서를 담당하면서 어떤 현장 분위기가 연출될지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게다가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BnB, 트라하 등 ‘필살기’급 IP(지식재산권) 구성으로 부스를 구성한 넥슨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으로 종결되는 넷마블 부스, ‘라전무’를 앞세운 카카오게임즈의 배틀그라운드까지 더해지면서, 행사 전날 밤 열심히 발로 뛰며 취재할 것임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지스타 당시 매일 아침 벡스코를 방문할 때가 생각납니다. 최근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이 늘어나고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가족 단위로 현장을 방문한 관객들의 참여가 돋보인 부분입니다. 그에 발맞춰 이벤트를 다각화하는 현장 관계자들의 고뇌 섞인 목소리 사이 ‘찾아와주신 유저들에게 감사하죠’라는 말을 남기는 모습에서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우연치 않게 2018년의 마지막을 일주일 남겨두고 한 해를 정리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개발사나 유저 입장에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지만 ‘취미’였던 게임을 ‘직업’으로 삼은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뉴비’ 기자에게는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2018년은 내용물을 모르는 ‘번데기’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에 접어들기에 앞서 게임사들은 지스타를 비롯한 여러 발표회에서 신작들의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모르지만 내년에 개화할 ‘가능성’의 씨앗은 충분히 뿌려져 있는 상황이죠. 

여기에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종목 채택, 경기장 투자와 함께 게임중독, 확률형 아이템 판매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짚고 가야 할 요소들도 많습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언젠가 산업의 형태를 나비에서 나방으로 바꿀만한 위험 요소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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