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즐겁게 '플레이'했다. 무슨 이야기가 나오든 언제나 빛나는 게임은 나타난다. 양산형 모바일게임에 대한 성토는 한국뿐이 아니다. 대세 게임에 편승하는 흐름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항상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기에 올해도 분명 게임은 발전했다.

콘솔 및 PC게임은 매해 연말 다양한 시상식이 열린다. 모바일게임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비교적 적다. 그렇다면 모바일게임에는 상을 줄 만한 작품이 없을까. 하나씩 꼽아봤다.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한국 구글플레이 기준, 2017년 11월 1일부터 2018년 10월 31일꺄지 출시한 게임 중 각 분야에서 뛰어났다고 생각한 게임을 선정했다. 모든 기준은 기자 개인의 시각이다. 세상에 나온 모든 모바일게임을 다 해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훌륭하지만 지나쳐버린 게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래 게임을 선정하는 데에 부끄러움은 없었다.

그래픽 - 검은사막 모바일

그래픽이 뛰어난 모바일게임에 'PC급'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다른 요소는 모바일도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픽만큼은 한계가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 검은사막 모바일은 처음으로 '플랫폼의 벽을 넘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게임이었다.

그래픽 부문에서 경합한 게임으로는 매드핑거 게임즈에서 개발한 쉐도우건 레전드가 있었다. 오버워치를 떠올리게 하는 하이퍼FPS 장르에 마찬가지로 탈 모바일 그래픽을 선보였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은 MMORPG 장르라는 조건에 인물과 배경 표현이 더욱 디테일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높은 그래픽이었다고 평해도 무방하다.

스토리텔링 - 플로렌스

사람이 사는 이야기다.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연인을 만나고, 이별하고,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 별 다를 것 없는 삶의 회로에 가슴 떨리며 몰입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게임이었다. 

마법의 비결은 터치와 슬라이드 하나하나에 묻어나왔다. 내 손 끝에 감정을 담았고, 기억을 흘려냈고, 관계의 시작과 끝을 만졌다. 플로렌스는 상호작용에 따른 스토리텔링이 어디까지 섬세할 수 있는지 교과서처럼 만들어졌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사랑하게 될 게임이다.

 

음악 - 스도리카 (Sdorica-sunset-)

'게임사를 가장한 음반회사'라는 말이 있다. PC/콘솔게임 시장에서 팔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이름이고, 최근은 레이아크에게 이 칭호를 줘도 모자라지 않다. 스도리카의 음악 품질과 활용은 레이아크 게임 중에서도 정점에 올랐다. 

오프닝 테마부터 시작해 메인화면, 스테이지 선택 화면, 스토리 진입부터 전투 테마까지 촘촘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버릴 곳 없이 자리잡았다. 모든 곡은 각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고, 한 곡도 허술하게 제작되지 않았으며, 세련되기까지 했다. 리듬액션 장르를 제외하면 비단 2018년뿐 아니라 역대 모바일게임을 통틀어 음악의 질과 양 모두 최고 수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트워크 - 모뉴먼트밸리2 (Monument valley 2)

1편은 '문화충격'인 동시에 게임의 예술성에 대한 가장 강렬한 응답이었다. 착시효과를 활용한 퍼즐 중 독보적인 미적 감각, 소리와 함께 섬세하게 반응하는 모든 상호작용까지. 2014년 최고의 모바일게임으로 주저 없이 꼽을 수 있었다.

후속작 모뉴먼트밸리2가 게임성으로 더욱 혁신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주얼과 연출, 그리고 아트 디자인을 통한 이야기 표현은 한 단계 진화했다. 그 이상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부분의 진화는 놀라움을 주기 충분했다. 어스투게임즈는 우리 상상의 한계를 어디까지 뛰어넘을 셈일까.

올해의 멀티플레이 게임 -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모바일 이식작을 선호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PC나 콘솔 버전의 품질이 더 뛰어난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인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모바일)은 영리하게 접근했다. PC 배그의 주요 요소는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모바일에 맞게 조금씩 최적화시켰다. 단순 이식과 리메이크 사이의 중간 지점, '리폼' 정도의 개념으로. 절묘한 줄타기는 성공적이었다.

모바일과 멀티플레이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과금 유도가 거의 없다는 점도 훌륭하고, 그러면서 꾸준히 매출 상위권이라는 점은 더 훌륭하다. PC 버전의 업데이트가 즉각 반영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바람은 그저 핵 단속을 잘 해주었으면 하는 것 하나뿐이다. 

기획 - 제5인격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게임방식을 라이센스 구매로 가져왔다. 그리고 잔혹동화 배경과 결합시켰다. 2018년 최고의 묘수였다. 이 2개 요소는 서로 찰떡궁합이었다. 거기에 캐릭터를 봉제인형 콘셉트로 디자인하고 모델링하는 판단은 캐릭터별 개성과 함께 호러 분위기까지 살렸다. 사실은 캐릭터디자인 상을 만들어서 줄까 고민했을 정도다.

검증된 게임 시스템 속에 독자적인 요소를 섞었고, 그것 역시 잘 어울렸다. 생존자별로 조금은 판타지스러운 스킬을 넣어서 개성을 극대화한 것도 게임 배경과 어우러졌다. 게임 자체의 재미와 사업성을 모두 잡는, 본받을 만한 설계를 남긴 게임이다.

UX/UI디자인 - 탭소닉 탑

가장 취향을 많이 타는 분야이기 때문에 선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탭소닉 시리즈는 매번 감각적인 UI 연출을 자랑했지만, 올해 출시한 탑소닉 탑은 강렬하게 한 걸음을 더 내딛었다.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았다. 일관된 노란색을 메인 테마로 잡고, 입력에 따른 연출과 화면 전환에 정성을 들인 모습이 선명했다. 고해상도 아케이드 게임 화면이었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수준. 사각형과 원형 오브젝트의 배치 및 디자인도 기존 게임들에서 벗어난 차별화를 보였다. 

아이디어 - 서울 2033

Only 텍스트 생존 로그라이크 게임. 이 게임의 독특함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 물론 텍스트 기반 게임은 먼 옛날 꽤 많았고, 지금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그것을 소설 같은 디스플레이로 재편한 점과 핵폭탄이 터진 이후 황폐화된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은 참신 그 자체다.

랜덤 인카운터 등으로 로그라이크의 변수도 제대로 구현했고, 서울의 폐허 배경과 사람들의 묘사도 생각 이상으로 훌륭하다. 지금도 스토리 업데이트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반지하 게임즈의 전작이 중고로운 평화나라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곳의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앞으로 꾸준히 지켜보게 만든다.

 

올해의 게임 - 플로렌스

잠시 고민했다. 위에 열거한 모든 게임은 선명한 장점을 갖추었다. 하지만 하나씩 아쉬운 점을 함께 가졌다. 결국 플로렌스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속에서 찾을 단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타 스토리 중심 모바일게임들에 비해 인터렉티브 요소도 잘 갖추고 있었고, 연출과 디자인은 새로웠다. 모든 장면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특히,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느껴지는 감정의 상호작용은 올해 최고의 모바일게임이었다고 회상하기에 가장 어울렸다. 짧은 플레이타임에 개의치 않고 함께 느껴봤으면 한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하는 것, 한 해의 끝과 시작에 선 게이머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멋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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