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단어가 있다. ‘2년차 운동선수가 데뷔 첫해의 기록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는 현상’을 뜻하며, 주로 프로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게임업계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그리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최근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가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를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징크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 스팀에 얼리액세스 버전으로 출시된 후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바탕으로, 같은 해 12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의 데뷔 시즌은 화려했다. ‘도타2’와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가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던 스팀 동시접속자 순위를 가볍게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동시접속자 수 310만 명을 돌파하는 등의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또한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GJA)’에서 ‘베스트 멀티플레이 게임’과 ‘올해의 PC게임’을 수상했으며, ‘더 게임 어워드’에서 ‘베스트 멀티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 포함 6관왕을 달성하는 등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슈퍼루키로 떠올랐다.

하지만 2년 차에 접어든 배틀그라운드는 데뷔 시즌만큼의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얼리액세스 버전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은 서버 문제와 정상적인 플레이 경험을 방해하는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 유저들의 미흡한 대처가 이어지면서 많은 유저들이 이탈했다. 물론, 각 지역별로 퍼블리셔를 두게 된 것이 스팀 지표가 하락하는데 일정 부분 작용했지만 전체적인 유저 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최근 배틀그라운드에 흐르는 기류는 긍정적이다. ‘FIX PUBG’ 캠페인 이후로 게임의 최적화와 더불어 각종 버그를 줄여나가면서 쾌적한 게임 환경을 조성하는데 성공했으며, 지난 11월부터 도입된 하드웨어 제재와 비인가 프로그램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 강화 등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펍지주식회사의 노력은 최근 출시된 신규 설원맵 ‘비켄디’와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 ‘미라마’와 ‘사녹’을 잇는 3번째 맵 비켄디는 그동안 출시됐던 맵들의 단점을 보완했을 뿐만 아니라, 눈밭에 남아있는 발자국이나 바큇자국을 활용해 기존에 플레이할 수 없었던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렇듯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맵이 등장하자 자연스럽게 배틀그라운드의 지표가 상승 중이다. 게임트릭스가 공개한 12월 종합게임순위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는 17.81%의 점유율로 PC방 점유율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달 대비 사용시간 증감률이 14.77% 증가하면서 비켄디 출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오는 10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e스포츠 대회 ‘PAI 마카오 2019’ 역시 지금의 긍정적인 기류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PKL(PUBG Korea League) 2018’은 다소 아쉬운 결과물을 남겼지만, ‘PGI(PUBG Global Invitational) 2018’이나 지스타 2017에서 개최된 ‘카카오게임즈 2017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at G-star’ 등의 글로벌 대회의 경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남겼던 만큼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

특히, e스포츠의 성공이 게임의 롱런은 물론 해당 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증폭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증명된 만큼, PAI 마카오 2019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다시 상승 기류에 올라선 배틀그라운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프로 스포츠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선수들도 있지만, 국내 프로야구팀 ‘히어로즈’의 서건창 선수처럼 2년 차의 부진을 딛고 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 2년 차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순간 반짝했던 게임으로 남게 될지, 부진을 딛고 다시 한 번 최고의 게임으로 등극할지는 펍지주식회사의 향후 운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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