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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LoL 新시대 열까? 팀 그리핀의 '기적' 같은 역사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1.03 15:50

1년 전 2부 리그 유망주팀이 지금 한국 리그오브레전드(LoL) 중심에 섰다.

그리핀의 경기력에 대한 화제로 뜨겁다. 2018년 마지막 날 열린 케스파컵 결승전, 그리핀은 젠지를 3:0으로 완파하며 단 1번의 패배도 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무실세트 우승은 케스파컵 사상 처음이며, 국내 대회 기준으로는 13-14 LCK 윈터시즌 SKT 이후 오랜만에 나온 기록이다. 

성적뿐 아니라 대회 내용 역시 관계자와 팬들을 충격에 몰아넣기 충분했다. 기존 강점인 한타 능력은 더욱 정교해져서 모두가 텔레파시로 움직이는 듯했고, 부족한 선수 하나 없이 모두가 절정의 기량으로 슈퍼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타잔(Tarzan)' 이승용은 세주아니와 탈리야, 아트록스 등 다른 정글러들이 쓰지 않던 챔프를 기용해 게임 전체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미드라이너 '초비(Chovy)' 정지훈이 이렐리아 등으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주며 '한체미' 1순위 후보라는 것을 증명했다. 

사진제공: 그리핀 공식포스트

그리핀은 강팀이 아니었다. 2017년 스프링 시즌에 챌린저스 코리아 승강전까지 내려갔다. 섬머 시즌 역시 3승 4패로 특출나지 않은 초반을 보내던 그리핀은, 2라운드 들어 'cvMAX' 김대호 코치를 영입했다. 그리핀의 기적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현재 멤버가 거의 완성된 2017 케스파컵은 그리핀의 이름을 LoL 팬들에게 각인하는 자리였다. 아프리카 프릭스에 2:0으로 승리하면서 대이변을 일으켰고, 8강에서 SKT를 상대로 명승부를 펼친 끝에 1:2 패배했지만 승리팀에 버금가는 박수를 받았다.

2018년 그리핀은 한 차원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챌린저스 코리아 전승 우승, 그리고 승강전 전승으로 LCK 승격, LCK 섬머 1라운드까지 1위. 실패를 모르는 팀이었다, 결승전 4세트에서 코앞에 다가온 우승컵을 놓치기 전까지는.

작년 3월 12일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 그리핀과 담원의 대결은 다시 볼 가치가 있다. 1세트 타잔의 스카너와 '리헨즈(Lehends)' 손시우의 쓰레쉬는 LoL 유저들이 '입롤'이라고 부르던 꿰뚫기-랜턴 콤보를 대회에서 실현했다. 판단과 설계, 그리고 한 몸 같은 팀워크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플레이였다. 

2세트는 초반 탑과 바텀이 동시에 꼬이면서 크게 불리했지만, 특유의 놀라운 한타 능력으로 순식간에 역전시키며 승리를 가져갔다. 타잔 세주아니의 설계 능력과 스킬 활용은 이때부터 이미 빛났다. 

그리핀의 가능성이 두 경기에 모두 요약된 날이었다. 라인전이 압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팀워크, 주요 상황에서의 판단력,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시도하는 상상력과 추진력.

최근 2년 그리핀의 대회 성적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2017년 상반기 : 챌린저스 8개팀 중 7위 (2라운드 전패)
2017년 하반기 : 챌린저스 포스트시즌 진출, 케스파컵 8강
2018년 상반기 : 챌린저스 전승 우승, LCK 승격
2018년 하반기 : LCK 준우승
2018년 12월 : 케스파컵 무실세트 우승

만화에 쓰기도 개연성이 부족할 정도로 기적 같은 상승세다. 이와 같은 흐름이라면 "과연 2019년은?" 이라는 기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김대호 감독은 그리핀 코치로 들어오자마자 "목표는 2018 롤드컵 우승"이라고 말했다. 챌린저스 팀 입장에서 허황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정말로 롤드컵 눈앞까지 갔다. 비록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해 좌절했지만, LoL 팬들에게 그리핀의 이름은 충격으로 남았다. 그리고 2019년 가장 강력한 한국 팀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대호 감독이 각종 인터뷰에서 밝힌 철학은 '콜 없이 같은 생각을 하는 팀'이다. 5명이 같은 판단을 하면 틀린 판단도 정답이 될 수 있고, 찰나에 만들어지는 한타 각은 말로 하기에 늦는다는 것. 실제 가장 먼저 꼽히는 그리핀의 장점은 팀워크에서 나오는 무서운 한타 능력이다. 

그리핀이 더 무서운 이유는 아직 성장세이기 때문이다. 초비는 1년 전 나이 제한이 풀려 출전하게 된 2001년생 신예이며, 아직도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주류다. 주전 중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1997년생 탑라이너 '소드(Sword)' 최성원일 정도로 굉장히 젊은 팀이고, 경기력이 내리막을 탄 적이 없다.

또한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흡수력에 빈틈이 없다는 평가다. 원딜 '바이퍼(Viper)' 박도현은 작년 섬머 시즌에 비원딜 장인이라는 칭호까지 얻을 정도로 챔프 폭이 넓고, 그외 모든 선수들이 다양한 챔프를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곧 밴픽의 우세와 창의적인 조합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화끈한 팀 전투가 어우러져 경기 재미 측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물론 1년 내내 최고조의 폼으로 모든 경기를 승리하기는 어렵다. 냉정하게 따지면, 그리핀은 아직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한 팀이다.

슬럼프와 메타 변화는 찾아올 것이다. 다른 LCK 팀들은 그리핀을 배우며 성장하는 동시에 그리핀의 약점을 분석할 것이다. 한 시즌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팀이 거짓말 같은 부진에 빠진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꽃길'만 열려 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리핀이 올해 가장 주목할 팀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 등장한 한 차원 다른 경기력만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작년 LCK는 롤드컵에서 충격적인 고배를 마셨고, 새로운 메타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쓴소리를 견뎌야 했다. LCK가 다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그리핀이 내딛었고, 그것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2019년 판도는 바뀔 수 있다.

그리핀의 스토리는 이제 새로운 페이지를 쓴다. 그것은 한국 LoL에 새로운 페이지일지도 모른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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