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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개선의 필요성’ 게임의 양극화, 유저 목소리가 필요하다
송진원 기자 | 승인 2019.01.07 13:03

랄프 왈도 에머슨은 ‘두려움은 언제나 무지에서 샘솟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19세기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이 2019년 한국 게임시장의 상황을 미리 예견했을 리 만무하지만 그의 한 마디는 게임계에 꽂힌 오해의 시선들을 여지없이 관통한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몇몇 의원들은 ‘중독’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게임과 질병을 동일 선상으로 놓고 우려를 표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으며 최근 발생했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선릉역 흉기 사건 등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등 근거가 부족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셧다운제와 함께 여러 규제 정책을 주장했던 국내 전문가들의 지식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일본에서 사장된 근거인 ‘게임뇌’ 가설을 신뢰할만한 근거로 제시하며, ‘무지’에 의한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WHO가 발표한 ICD(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11 게임 과몰입 현상의 질병 분류 파장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0년 개정되는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가 ICD-10을 따르기로 결정되면서, 다음 개정 연도인 2025년까지 국내 게임 과몰입 현상 질병 분류는 미뤄진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WHO의 질병 코드 분류 개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책을 토의하는 의원들의 기울어진 시선은 산업의 성장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기준 청년층을 포함해 4~50대 국민들의 게임 참여도가 50%를 넘은 현재, 게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이 자녀의 학업에 방해를 주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30대 이상 연령층의 57%가 ‘그렇다’라는 답변을 제출했으며 이는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한 27.6%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처럼 학습 환경을 중시하는 국내 분위기에서 게임은 ‘사회악’ 취급을 받아왔다. 몇몇 의원들이 셧다운제에 이어 게임사들에게 게임 과몰입 치유 부담금을 요구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한 결과일지라도 제재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청소년의 플레이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적용 대상인 10대 유저의 53.4%가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현행 정책을 유지 중이다. 반면 적용 대상이 아닌 5~60대 장년 유저의 경우 과반수이상이 ‘강화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보여 견해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연령층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인 만큼 셧다운제의 명분에는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적용 대상인 10대의 의견을 포함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과 게임 규제 정책이 서로 모순되면서, 전문가들의 주장은 대중을 설득할 신뢰마저 잃게 됐다. 

과거 마니아들의 서브 컬처로 여겨졌던 게임은 국내 문화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은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 중 62.1%를 차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약 7억 598만 달러 이상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2018년 국내 게임 산업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공중파 중계 및 게임 관련 방송 프로그램 신설까지 연결돼, 산업에 내재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셧다운제를 비롯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타 스포츠 종목보다 선수 생명이 짧고 이른 나이에 준비해야 하는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환경은 과거만큼이나 좁다.

이처럼 게임 산업은 캐릭터, 영화 등의 다른 콘텐츠 종목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공감하기 어려운 국내 규제로 발목을 잡힐 위기에 놓였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2003년 임요환 선수가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모욕에 가까운 질문을 받았던 때와 유저를 정신질환 위험군으로 대우하는 현 상황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없는 셈이다. 

대상의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시된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과몰입과 함께 제기됐던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크런치 모드 등의 문제점이 공감 받는 이유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사례로부터 비롯된다. 몇몇 게임의 극도로 낮은 랜덤박스 확률은 사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몸을 망쳐가며 야근하는 관행은 개선의 필요성이 시급한 문제였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몇몇 의원들이 보여줬던 게임 업계에 대한 이해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참석한 의원들이 모든 중장년층을 대표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라는 사실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먼 미래를 보기에 앞서 게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할 때다. 종목을 떠나 급성장한 산업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이와 지위를 떠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대상은 유저이며 무엇보다 그들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가 존재하지 않는 한 4차 산업혁명은 물론, 청년층과 중장년층 사이의 견해 차이조차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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