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기술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구조의 거대한 변화는 ‘산업혁명’이라 정의됐다. 

시대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산업혁명을 거칠 때마다 기계의 발명을 시작으로 증기기관, 공장 시스템, 농작법 개선, 중화학 산업 등을 거치며 현대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시간이 흘러 대중들은 소위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컴퓨터 기반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최초의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점을 감안한다면 사회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에 이어 미래 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예견되는 기술은 많지만 그중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등은 IT분야뿐 아니라 게임계도 개발 상황에 주목하며 적극적인 투자까지 진행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이란 단어는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A.I’처럼 공상과학의 영역에서 언급되던 개념이다.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의 수동적인 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지성을 갖춘 기계’의 모습은 쉽게 체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결은 국내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16만 개의 기보가 입력된 알파고는 등록된 패턴을 분석해, 승률이 높은 다음 수를 놓는 방식과 반복적인 자가 대국을 통한 학습 기능이 더해져 인간의 지성마저 뛰어넘었다. 

당시 알파벳 회장 에릭 슈미트의 말처럼 승패와 상관없이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분석과 자가 분석을 통한 발전은 바둑뿐만 아니라 게임 장르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딥마인드는 블리즈컨 2016에서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2 인공지능 공동 개발 소식을 현장에서 전한 바 있다. 바둑에 이어, 유저가 화면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연구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오리올 비냘스는 “특정 인공지능을 특정 환경에 넣으면 어떤 성과가 날 것인가를 연구하기도 한다. 구글 딥마인드 서버 관리를 인공지능이 하는데, 온도 관리를 인간이 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을 썼을 때 비용이 40% 정도 줄어들었다. 스타크래프트2를 통해 개발되는 인공지능으로 더욱 다양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블록체인 역시 게임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저장 방식으로 데이터를 복제한 후 중앙 서버가 아닌 수많은 PC에 분산해서 보관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교환할 때마다 각 PC에 저장된 정보를 대조해서 위조를 막기에 보안성과 투명성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게임계에서 블록체인의 의미는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높은 보안성을 기반으로 개발사가 관리하는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다 보니 거래가 자유로우며, 게임 내 아이템 결제 수단을 동일한 화폐 단위로 통합할 경우 서로 다른 게임이라도 가치에 맞춰 재화의 교환이 가능하다. 

기존 게임 운영 방식과 비교했을 때 블록체인은 이질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기술이다. 특히, 중소 개발사에게 유저 간 거래 정보가 공유돼 대조되는 방식은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대규모 서버 보안 시설에 대한 부담감을 낮춘다. 또한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은 불법 다운로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사들의 블록체인 기술을 향한 투자에 비해 현재까지 의미 있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블록체인과 연결된 암호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술에 대한 신뢰도와 필요성이 연일 낮아지고 있고 현재 게임사들이 선택한 중앙 서버 서비스 방식의 이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운 기술을 맞이할 명분도 부족한 상황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향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현 상황에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기보다 나비의 날갯짓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시도다. 미개척 분야에서 발전 방향을 미리 모색하고 활용하려는 선구자적인 시각은 언제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기에 신기술의 발전방향을 계속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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