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과 ‘MMORPG’는 쉽게 매치되지 않는 장르다.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 등 FPS 중심이 아닌 MMORPG의 배틀로얄은 기존에 많이 등장하지 않았는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온라인에서 ‘그림자 전장’으로 MMORPG에 배틀로얄의 재미를 더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시작으로 많은 배틀로얄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장르만으로 게임이 어필할 시기는 지났다. 때문에 ‘좁아지는 전장 - 최후의 승자’로 정형화된 배틀로얄의 패턴이 검은사막과 MMORPG에서 너무 평범하게 등장할 수 있는 우려의 요소도 있었다. 

결국 그림자 전장을 판가름 짓는 관건은 배틀로얄 자체의 재미보다 검은사막이 가진 'MMORPG'적 특징을 공감할만한 콘텐츠로 녹여냈는지에 대한 여부가 무척 중요했다. 1인칭 시점과 현실적인 사운드를 제공하는 FPS의 긴장감을 넘어설만한 MMORPG의 장점이 그림자 전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체험해본 그림자 전장은 MMORPG의 중요 키워드인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레이 시간이 짧은 배틀로얄에서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지만 MMORPG와 그림자 전장의 성장은 다른 의미로 적용된다. 최대 50명의 유저는 게임을 시작하면 흑정령의 모습으로 하늘로 쏘아져 월드에 랜덤하게 배치된다. 흑정령들은 돌아다니며 수정에 갇힌 워리어, 소서러, 자이언트, 금수랑 등 캐릭터를 찾아 빙의해, 아이템을 수집한다. 

아이템은 필드 위 몬스터를 제압했을 때 얻게 되며, 장비의 부위와 등급, 기술서 종류, 물약 등은 중복 유무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드랍된다. 여타 배틀그라운드 콘텐츠처럼 모든 캐릭터의 기본 체력과 능력치가 동일하다 보니 다른 유저의 우위를 점하려면 발 빠른 사냥과 아이템 수집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기존 배틀로얄 콘텐츠가 ‘상대를 얼마나 제압하는지’에 따라 상품이 지급됐다면 그림자 전장은 수집한 아이템 등급과 개수에 따라 보상이 책정된다. 소위 ‘존버’ 플레이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하더라도 수집한 장비가 없다면 보상 은화는 최초 지급받는 기본 장비 수준으로 제공된다. 

때문에 기존 MMORPG의 성장이 상위 콘텐츠를 진행하기 위한 ‘열쇠’였다면 그림자 전장의 성장은 보상과 생존으로 연결되는 ‘무기’로 구현됐다. 전장이 검은 안개로 좁아질수록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하고 드랍 장비의 등급도 높아지는데, 성장이 뒤처진다면 생존과 보상 어느 한 쪽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또한 활발한 아이템 수집이 중요한 이유는 RPG 캐릭터의 개성인 ‘스킬’에 있다. 갓 빙의한 캐릭터는 기본 기술만 사용할 수 있는 소위 ‘순정’ 상태로 전장에 배치되는데, 아이템과 함께 드랍되는 ‘알 수 없는 기술서’로 스킬을 무작위로 배울 수 있다. 특정 스킬을 노릴 수 없는 만큼 초보 유저라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습득한 스킬마다 스킬 커맨드가 표시돼, 사전 캐릭터 지식 없이 전투 참여가 가능하다.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 상대의 체력과 장비, 아이템 현황 등을 관찰할 수 없다 보니 호기롭게 싸움을 걸었다가 도리어 제압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처럼 그림자 전장은 유저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불확정적이다 보니, ‘선수필승’의 여타 MMORPG의 PvP 모드보다 신중한 배틀로얄 특유의 플레이가 유구된다. 

서비스 기간이 긴 MMORPG일수록 레이드, 던전 등의 신규 콘텐츠가 추가되더라도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규 유저가 다가가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처음 그림자 전장을 접할 당시 ‘기존 고레벨 유저들이 높은 순위를 점령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직접 체험해본 그림자 전장은 검은사막을 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신규 유저라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난이도이며, 플레이 타임도 짧아 이벤트 모드로서 가볍게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콘텐츠다. 배틀로얄 장르 자체의 재미가 대중화된 시점에서, MMORPG가 결합된 그림자 전장의 특징은 새로운 경쟁력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한껏 높아진 PC MMORPG에 대한 관심이 그림자 전장을 통해 검은사막 쪽으로 기울질 수 있을지도 지켜볼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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