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화제를 이어나가는 게임음악이 하나 있다. 볼빨간사춘기가 부른 엘소드 라비 테마곡 '밤의 미궁'. 특유의 음색과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노래에 유저 외 사람들도 귀를 기울였고, 엘소드의 신규 캐릭터 마케팅도 성공적인 성과를 얻었다.

넥슨의 음악 제작팀 ASTERIA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엘소드, 메이플스토리, 클로저스, M.O.E 등 자사 게임 신규 테마곡을 제작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당 곡들의 유튜브 댓글에는 "이 누추한 게임에 귀하신 곡들이", "광고로 나왔는데 스킵할 수 없어서 들어왔다", "게임이 죽어도 노래는 남겠다"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이다. 게임이 사라져도 음악은 남는다. 요구르팅은 서비스 2년도 채 넘기지 못했지만 오프닝곡 'Always'는 15년째 회자되면서 당시를 추억하는 주요 도구로 남아 있다. 앨리샤 역시 서비스 종료 뒤에도 아이유가 부른 테마곡을 들으면서 게임을 그리워하는 유저가 아직 존재한다.

뮤직비디오만큼은 정말 시대를 앞섰던 요구르팅
뮤직비디오만큼은 정말 시대를 앞섰던 요구르팅

국내외 각종 선구자들이 족적을 남긴 이후, 게임에서 음악을 사용한 프로모션은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됐다. 이제는 게임 관련 뮤직비디오를 공식 자료에서 만나는 일도 낯설지 않다. 

마케팅에서 큰 효율을 발휘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의미다. 혁신적인 화면이 아닌 이상 게임 플레이를 보여줘도 처음부터 관심이 없던 사람은 쉽사리 주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을 통한 연출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홍보 노출이 아닌 콘텐츠로 즐기는 기회가 된다.

바다 건너간 곡이 좋은 보컬을 만나 역수입된 사례도 있다. 2016년 크루세이더퀘스트 공식 뮤직비디오 'Knots Way'는 월드 와이드 버전을 일본의 유명 동인보컬 하나땅이 불렀고, 노래와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면서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280만을 기록하고 있다. 

청각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라이엇게임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신규 상품의 프로모션이나 월드챔피언십의 홍보에는 항상 뮤직비디오가 선두에 섰다. 최고 품질의 음악과 훌륭한 영상미가 함께 했기 때문에 반응은 항상 뜨거웠고, 2018년 한국 롤드컵 결승에 맞춰 공개된 K/DA의 'POP/STARS'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그 이전에도 2014년 롤드컵 테마곡 'Warriors', 징크스 출시 프로모션곡 'Get Jinxed' 등의 뮤직비디오도 특징을 잘 살린 음악과 연출로 극찬을 받았다. LoL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롤드컵의 화제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영상물을 만들고, 기존 유저에게도 만족감을 제공하는 좋은 사례다.

또 다른 의미는 '기록'이다. 꾸준한 청각 자극은 게임의 흥행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게임 이미지를 조성하고 유저의 흥미 리듬을 붙들어매는 효과를 갖는다.

유저가 게임 하나를 항상 최고조의 몰입으로 즐길 수 없는데, 좋은 음악과 영상은 게임을 떠나지 않거나 게임에 돌아오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 테일즈위버만 해도 그 음악을 못 잊어서 가끔씩 돌아오는 연어 유저가 다수 있을 정도다.

작년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 OST 및 뮤직비디오 658곡을 담은 유튜브 채널 NCSOUND를 오픈했고,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OST 음원 모두를 무료로 업로드하고 감상과 재창작을 위해 저작권을 공개했다. 이런 행보는 기존 유저를 위한 기록 서비스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국내 게임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면서도,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 분야이다. 뮤직비디오에서의 영상 연출을 공들인 경우는 자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분야이나, 약간의 비용 투자를 통해 더 좋은 '작품'을 뽑아낼 수 있다면 재고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는 청각 마케팅이 게임성의 매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음악에 끌려 들어온 유저들에게 어느 정도 차별화되는 인게임을 선보인다면 실제 성적까지 이어지는 국산 게임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음악은 게임계의 역사와 뗄 수 없는 친구였고, 이제는 게임의 간판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음악치고 좋은 것이 아니라 게임음악답게 좋은 시대, 그 음악을 매개체로 어떤 작품을 보여주어야 할까. 2019년 게임계는 그 답을 찾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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