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신규 단편 소설 ‘바스테트’가 지난 7일 공개된 이후, 유저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모성’과 ‘흉포’라는 서로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지닌 여신의 이름을 딴 소설은 분명 ‘아나’가 주인공이지만 이번 논쟁의 중심에는 ‘솔저76’이 있다. 오버워치 수석 시나리오 작가 마이클 추가 두 노병들의 대화에서 새롭게 등장한 ‘빈센트’라는 남성이 솔저76과 ‘로맨틱한 관계’를 맺었음을 공개해, 트레이서에 이은 두 번째 성소수자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영웅들로 인종과 사상 등의 다양성을 추구해온 점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성소수자 캐릭터의 등장은 그다지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아나의 새로운 스킨과 개인적인 내면을 드러낸 바스테트 이벤트의 가장 큰 화두가 솔저76의 성적 취향에 맞춰지면서 팬들조차 갑작스러운 타이밍과 개연성의 부재를 지적했다. 

2016년 출시 이후 오버워치의 해체와 가브리엘 레예스가 ‘리퍼’로 타락한 이유, 옴닉 사태의 배경 등 세계관 내 중심 스토리도 정확히 다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메트라와 트레이서, 솔저76의 단편적인 속성만 공개돼 팬들의 아쉬움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의 형태도 무시하기 힘들다. 이성을 사랑하듯 동성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합의를 통해 만남을 지속하는 풍경이 블리자드가 트레이서와 솔저76으로 보여주고 싶은 이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스스로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사생활의 영역은 침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기에, 캐릭터의 성 정체성에 불편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거점이 점령당하는 상황에서 캐릭터 애인의 성별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성애자들의 취향은 무시한 캐릭터의 속성을 유저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동안 블리자드는 바스테트 공개 이전까지 솔저76의 성 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플레이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속성인데다 성 정체성이 어느 한 쪽으로 특정되지 않아 다양한 유저들을 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레이서, 솔저76을 제외한 영웅들의 성 정체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불확정성을 기반으로 팬들은 팬아트와 자작 소설 등에서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창의적인 창작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히려 솔저76의 2차 창작물은 다양성이란 이름아래 캐릭터의 특징을 확정 지어버리면서 조소에 가까운 평을 듣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리그오브레전드의 바루스처럼 기존 설정 자체를 뒤틀진 않아, 솔저76의 본질은 여전히 오버워치의 구 사령관 ‘잭 모리슨’으로 남아있다. 네크로폴리스에서 합류한 아나와 솔저76은 윈스턴을 중심으로 새롭게 합류 중인 오버워치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며, 그들의 선택에는 어떠한 논쟁의 여지도 없다. 

솔저76처럼 캐릭터의 새로운 설정은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다. 또한 말의 표현, 용어에서 인종, 민족, 종족, 종교, 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정치적 올바름이 모든 사건의 해결책을 의미하진 않는다. 다양성이란 이름 아래 개연성 없이 발표한 설정으로 소수의 팬들을 무시한 셈이다. 이미 HGC 폐지로 소통 문제를 앓았던 블리자드인 만큼 향후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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