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게임계를 둘러싼 각종 이슈가 흘러나오면서 정부와 법안 등 게임산업 전체 지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19년 게임예산이다.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그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다. 게임관련 예산은 작년에 비해 대폭 늘었으나, 예산 편성 방향과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 역시 늘고 있다.

문체부의 2019년 전체 예산은 역대 최대액인 5조 9,233억 원, 그중 콘텐츠산업 예산은 8,292억, 게임 예산은 612억이다. 전년 대비 57억이 올랐다. 게임산업 분야는 게임콘텐츠 제작지원과 아케이드게임 활성화 및 게임스쿨 운영, 게임유통 분야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와 글로벌 진출 지원 등 사업을 한콘진 주도로 진행할 계획이다.

2019년 게임 관련 예산 상당수를 차지하는 두 축은 가상현실(VR)과 e스포츠다. 그중 VR 지원 예산은 게임산업 예산과 따로 분리되어 있으나, VR콘텐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분야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산업과 분리하기 어렵다. 

문체부의 예산 계획에 따르면 VR콘텐츠 육성 부문은 약 261억으로 전년 대비 무려 151% 늘었다. 또한 e스포츠 활성화 지원 예산도 25억에서 88억까지 급증했다. 전국 초등학교에 VR 스포츠실 등 체험형 시설을 구축하고, 전국 각지 e스포츠 상설경기장과 아마추어 대회를 유치하는 등 새로운 시대 콘텐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산 증액에 관해 게임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콘텐츠산업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대두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게임의 수출액 비중은 작년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문체부 예산에서 콘텐츠산업 비중은 작년 13.6%에서 14.2%로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게임예산 역시 수출액만 2조를 넘는 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612억이라는 예산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거기에 지역콘텐츠산업 균형발전 지원 예산을 제외하면 게임본부 총 예산은 480억이 남는다. 중견 및 스타트업 게임을 지원하고 업계 양극화를 해소하기엔 부족한 느낌이 강하게 남는 금액이다.

예산의 방향과 비중 배분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재 VR은 가장 각광받는 신흥 콘텐츠이며 발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시되는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균형 잡힌 장기적 성장에 대한 고민이 충분했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가장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하나 지원 예산이 VR 전용 콘텐츠에 과중된 경향이  엿보인다. 예컨대 작년 최고의 VR 게임으로 꼽히는 비트세이버(Beat Saber)만 해도 VR로서의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게임 개발력을 충실하게 갖추고, 그 가운데 VR에 어울리는 장르와 조작법으로 시너지를 낸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

VR은 그 자체로 플랫폼이 되지 못한다. 게임의 경우 PC나 콘솔 기기나 아케이드 기기 등 구동 디바이스가 기본으로 필요하고, 거기에 VR을 착용해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본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간과할 수 없다.

2018년 VR게임 히트작 비트세이버
2018년 VR게임 히트작 비트세이버

만일 VR 이후 다른 신기술이 대세로 떠오른다면 다시 '0'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염려도 있다. 게임산업 자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다양화에 성공했을 경우 신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생기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다시 신기술 관련 예산에 따로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환경의 성장과 질 좋은 게임 제작에 먼저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시급하며, VR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이 그 다음이라는 것. 최소한 균형 잡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VR과 e스포츠 모두, 게임산업의 기초 개발 환경이 완성되었을 때 극대화된 투자 대비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게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게임스쿨에 투입될 예산은 25억에 불과하다. 축구로 비유하면, 경기장과 중계 기술 발전에 대형 예산을 들이는데 선수 육성 예산은 소규모에 그치는 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현재 콘텐츠 예산이 올바른 곳에 지원되는지 가장 의문부호가 많이 붙는 분야가 VR이었다는 점이다. 업체 지원을 담당하는 분야에 게임을 잘 알고 있는 인력이 배치되지 않아서, 단지 VR이 가능하냐 아니냐로 지원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게임 기본 플랫폼의 개발 지원은 기초과학 지원과도 같다.

VR전용 지원 가운데에도 불만이 잦았다. 정작 참신한 제품보다 게임을 잘 모르는 담당자 눈에 익숙한 쇼케이스용 게임이 선정되는 일이 잦으면서 산업 지원과 실제 시장과의 괴리가 생기는 일이 많았기 때문. 

다만 정부 역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위안이다. 한콘진은 2019년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심사평가의 공정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참관인을 두고, 산업계 인사를 영입하는 등 평가위원 전문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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