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출시 게임이 2019년 역주행하고 있다.

카트라이더는 단순한 반등세 수준을 넘었다. 또다시 '돌풍'이 찾아왔다고 할 만하다. 현재 카트라이더는 게임트릭스 기준 3% 이상의 점유율로 PC방 순위 7~8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전통의 강호인 스타크래프트와 던전앤파이터를 크게 뛰어넘는 성적이다. 

예전부터 롱런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카트라이더는 지금까지 상향과 하향 리듬을 반복해왔다. 국민게임이라고 불리던 전성기가 지난 다음에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0.5%에서 1%대의 점유율을 오르내렸다. 게임 연차를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성적이다. 그러나 그 '박스권'을 뛰어넘을 동력이 남았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 카트라이더에 물이 들어왔고, 넥슨은 노를 저었다. 2018년 10월까지 1% 이하에 머무르던 점유율이 11월부터 치솟았다. 단 3개월 만에 몇 배가 올랐고, 지금도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다. 현재 카트라이더는 국민게임 시절 이후 최고 점유율에 올라섰다.

유저 수와 함께 늘어난 화제성도 쉽사리 체감된다. 구글 트렌드에서 카트라이더 관심도는 큰 변화가 없이 지속되다가 3개월 전부터 급증해 4배 이상 뛰었다. 

네이버 트렌드 역시 동일한 추세이며,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같은 그래프를 형성한 것이 특히 주목할 점이다. 10대 학생 유저부터 시작해 과거 카트라이더를 즐겼던 3~40대까지 폭넓게 관심을 기울인다.

이와 같은 화제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와 트위치 등 게임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의 카트라이더 열풍이다. 고수 플레이 영상을 비롯해 각종 예능 영상과 신종 콘텐츠 개발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과도 연결되면서 화제가 화제를 부르는 흐름이 생겨났다. 

트위치TV 카트라이더 카테고리 역시 평균 시청자와 방송 채널 수, 총 시청 시간 모두 최근 3개월 동안 급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3달 전 무슨 마법이 펼쳐진 것일까.

카트라이더 돌풍은 '보는 게임'이 '하는 게임'과 선순환을 이루는 대표적 사례로 분석된다.

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도랑 공사가 잘 된 점도 인정할 만하다. 지난 8월 새로 도입한 X시리즈 엔진은 변신 듀얼 부스터를 도입하고 드리프트 탈출력과 코너 가속을 올리면서 게임 속도감이 차원이 다르게 올랐다. 조금씩 입소문이 퍼졌고, PC방 점유율 역시 이 시점부터 조금씩 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개발진 내부에서도 지난 여름을 분기점으로 꼽는 분위기다. 넥슨 관계자는 "엔진과 테마 등 여름부터 새로 투입한 콘텐츠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면서 "유저 플레이패턴과 피드백을 분석해 유저 친화적으로 서비스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결정타는 인터넷방송과 e스포츠 흥행이었다. 카트라이더의 콘텐츠 제작 잠재력이 재발견되고 시청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방송용 막자모드와 숨바꼭질 등 각종 영상이 여러 커뮤니티에 퍼져나가며 인기몰이를 했다.

여기에 2019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을 앞두고 '드림팀' 결성 소식이 퍼져나갔다. 카트 황제 문호준과 그의 라이벌 유영혁이 Flame 팀에서 함께 뭉쳤다는 소식은 많은 팬들을 불러모으기 충분했다. Flame 팀원 5명의 우승 횟수를 합치면 28회에 달한다. 또한 문호준은 작년 하반기부터 크리에이터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해 좋은 반응을 거두고 있다.

이제 보는 게임 시장이 거대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관계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게임 시청을 직접 플레이와 어떻게 연관시킬지에 대해 고민도 함께 존재한다. 그 과제에서 카트라이더는 몇 가지 힌트를 비춰준다. 게임의 기본기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을 것, 크리에이터들과의 쌍방향 소통 관계를 만들 것, e스포츠 구조 개선을 함께 신경 쓸 것. 

카트라이더는 X엔진의 콘셉트처럼 2단 부스터에 성공했다.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하는 게임이 일궈내는 새로운 트랙이다. 장수 게임과 보는 게임이라는 2개 깃발을 들고 어디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까. 카트라이더의 이후 향방을 지켜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관전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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