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넥슨 매각 소식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주요 언론은 국내 시장의 과도한 게임규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NXC 김정주 대표가 매각설에 대한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기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WHO의 ICD(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11 소식을 비롯한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이 영향을 주지 않았냐는 해석도 들려온다. 이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로 원인을 섣불리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드러낸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감안한다면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말하기 어렵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해, 게임의 사행성과 과몰입 문제 질의를 진행했다. 최도자 의원은 '게임 업계가 과몰입 문제를 외면해왔다'고 발언하며 게임 역시 카지노, 경마, 경륜, 복권처럼 사업자가 매출의 일부를 치유 기금으로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넥슨 매각 사태 토론회에 참석해 규제 개선을 주장한 김병관 의원도 있듯, 심도 있는 토론으로 합리적인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국회의 시선이 온도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몇몇 유저들은 다소 의아함을 느낄법하다. 

당장 5월부터 WHO가 게임 과몰입을 중독성 질환으로 분류한 ICD-11이 등재될지 모르는 상황에 국회의원들의 이해도 부족, 편향적 시각 등의 문제는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으로 구성된 공동방문단이 24일 개최되는 WHO 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지만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게임 질병화 코드를 대처하기보다, 이에 맞춰 치료 기금을 걷어야 한다 주장했던 보건복지부 간사의 말은 방문단이 전달할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하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질병 코드뿐만 아니라 국내의 뒤를 빠르게 추격해오는 해외 모바일게임 수준도 무시하기 어렵다. 소녀전선, 붕괴3rd, 제5인격 등의 게임들은 대중들에게 인식된 ‘중국산’이란 편견을 부수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러한 해외 모바일게임의 흥행의 배경에는 일러스트와 BM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무엇보다 국내 게임으로 만족하기 어려웠던 유저들의 취향을 저격한 의미가 크다. 특히, 브롤스타즈의 경우 슈팅 PvP 방식에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 로얄 등 슈퍼셀 고유의 분위기를 접목해,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매출 차트 상위권에서 국내 모바일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내외적으로 국내 게임 업계를 둘러싼 분위기는 ‘사면초가’의 상황이지만 업계에 힘을 실어줄 유저의 의견은 양분된 상황이다. 넥슨 매각 소식에 대해 해외 기업의 동향을 바라보는 유저들은 우려와 함께 업계의 문제점으로 거론된 확률형 아이템과 과금 모델을 문제 삼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모바일게임,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렸고 그에 걸맞은 성과를 통해,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왔다. 유저들 역시 밤을 세워 게임해도 강력 범죄의 잠재적 용의자로 취급받지 않았으며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어떻게 보면 ‘종주국’이란 단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 느꼈던 자부심이었는지 모른다. 

때문에 한국은 더 이상 게임 강국이란 타이틀을 논할 수 없다. 해외의 경우 e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이 게임으로 저변을 넓히는 가운데, 국내 유저들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국의 게임 산업 기반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 상황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내부적으로 힘을 모으는 대신 의견조차 모으지 않을 계획이라면, 종주국의 자격은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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