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의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미드 아칼리, 탑 빅토르, 원딜 카시오페아 등의 전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물론 혼돈으로 가득 찬 솔로 랭크에서 몇몇 장인들과 메타 개척자들이 먼저 꺼내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기는 패배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리그오브레전드를 둘러싼 고정관념들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야스오, 블라디미르, 하이머딩거 등을 원딜로 기용하는 소위 ‘비원딜 메타’부터 롤드컵 주요 전략인 ‘상남자 메타’까지 독특한 조합들이 변화를 주도했다. 

더구나 프리시즌 패치 이후 빨라진 경기 템포로 오랜 성장 기간이 필요한 탱커류 챔피언과 원거리 딜러들의 티어가 내려갔고 초중반 정글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챔피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LCK에서는 ‘칼날비’ 특성을 등에 업은 신짜오와 함께 리신, 카직스, 앨리스 등 공격적인 챔피언과 ‘어둠의 수확’과 빠른 레벨업을 기반으로 하는 정글 카서스까지 등장했다. 

롤드컵과 마찬가지로 한타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 보니 교전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챔피언들도 주류 메타에 합류했다. 특히, 우르곳의 경우 리메이크 이후에도 한동안 외면받은 챔피언이지만 메타의 변화로 조금씩 평가가 오르며 1티어로 분류된 대표적인 사례다.

우르곳의 장점은 ‘딜탱’에 최적화된 스킬 구성, 별다른 공격 아이템 없이 기대할 수 있는 준수한 딜량, 조건부로 발동되는 강력한 군중제어기 등이 있는데, 그중 안정적인 라인전 능력이야말로 밴픽 심리전을 승리로 이끄는 기반이라 할 수 있다. 

‘부식성 폭약’을 활용한 견제와 ‘경멸-불사의 공포-심판의 원’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콤보는 챔피언 상성을 가리지 않고 아군 정글러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LCK에서 우르곳을 카운터 칠 캐릭터가 적다보니 탑, 미드 선수들이 번갈아 기용해, 밴픽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아칼리 역시 압도적인 유지력과 순간 딜링 능력으로 탑, 미드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인 챔피언이다. 리메이크 이전 오랜 성장 시간과 암살자 챔피언의 전형적인 스킬 구성으로 팀플레이와 거리가 멀었으나 지금은 ‘황혼의 장막’을 활용한 시선 분산과 광역 스턴이 가능한 ‘무결 처형’까지 더해져, 길었던 무명 생활을 뒤로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킬의 기동력이 뛰어나 지난 18일 젠지e스포츠의 큐베와 로치 선수는 점멸 없이 ‘점화-텔레포트’로 아칼리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라인전 성능과 생존기에 비해 운영 난도가 높고 대회 승률은 낮아, 아칼리의 효율성을 마냥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탑, 미드를 넘어 원딜까지 넘나드는 빅토르도 범용성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챔피언이다. 비록 하향으로 인해 롤드컵에서 보여줬던 ‘도벽-힘의 흡수-얼어붙은 건틀릿’의 조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지만 ‘죽음의 광선’ 버프와 여전히 안정적인 라인전으로 인기리에 기용되고 있다. 

빅토르와 함께 블라디미르, 리산드라, 갈리오 등 AP 챔피언이 딜탱과 이니시에이팅 역할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위 ‘반반 싸움’으로 진행됐던 탑 라인별 구도에도 긴장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포탑 방패로 협곡의 전령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라인전을 주도하는 챔피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변화하는 메타에 맞춰 각 라이너에게 많은 임무가 주어지다 보니 그라가스에 이어 오른, 앨리스 등의 챔피언을 서포터로 사용하는 경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몇몇 유저들은 케이틀린, 카이사 등 긴 성장시간이 필요한 챔피언들의 주목도가 낮아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과거 ‘레넥톤-쉬바나’, ‘직스-아지르’로 통일됐던 라인전을 기억하는 유저들은 다소 혼란스러울지언정 예측할 수 없는 조합을 즐기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그리핀을 중심으로 새로운 챔피언이 적극적으로 기용되면서 솔로 랭크 생태계 역시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법한 챔피언 픽이라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 모르니, 어느 때보다 격렬할 24일 시작될 2019 랭크 시즌을 팀원에 대한 믿음과 함께 시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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