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에 있어 ‘자동전투’와 ‘과금’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 아니다. 

‘자동전투와 과금으로 구성된 게임’이란 감상평이 칭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게임사의 입장에서 되도록 언급을 피해야 할 요소로 평가받는 듯하다. 가령 높은 수준의 전투 AI는 ‘게임의 개성을 죽이는 위험 요소’이며 개발사가 전하는 합리적인 과금모델은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는 의견도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인다.  

물론 이러한 유저들의 생각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도 존재하며 다소 과하다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의미가 와전된 대부분의 단어들처럼 자동전투와 과금의 본래 취지만 놓고 보자면 애초에 본질부터 뒤틀린 개념까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캐주얼, 퍼즐 장르에 국한됐던 모바일게임은 발전을 거듭해, 고사양 PC게임의 전유물인 MMORPG까지 섭렵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RPG 특유의 긴 성장 시간을 커버하기 위한 자동전투가 대중화됐고 RPG를 넘어 디펜스, 모노폴리, 리듬게임에도 접목돼 ‘없으면 오히려 아쉬운’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온라인게임과 비교해 다른 용무를 해결하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편의성을 기반으로 현재 자동전투와 모바일게임의 특징은 동일시되기에 이르렀다. 마치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는 방학 숙제처럼 쉽고, 간편했으며 무엇보다 시간 대비 성과가 효율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부족한 배터리 용량과 상대적으로 작은 스마트폰 화면 등 하드웨어적 한계를 자동전투로 보조하는 기능도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검은사막 모바일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처럼 자동전투 시 독자적인 절전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자동사냥의 과도한 편의성은 유저로 하여금 게임을 플레이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하게 만든다. 직접 조작하는 것보다 AI의 효율이 더 높다면 굳이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며 애초에 두 손 놓고 바라보는 콘텐츠를 게임이라고 봐야 할지, 근본적인 질문조차 쉽게 답하기 어려운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작감과 세계관, 그래픽 등 개발자가 의도한 게임의 매력을 흐리는 시스템을 과연 편의성이란 시스템으로 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유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유저들의 의견이 상충되다 보니 자동전투를 도입하는 개발자도 상당히 난처한 부분이 많다. 자동전투를 배제했을 때 대중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신작을 출시하는 개발자 입장에서 쉽사리 무시하기 힘든 딜레마다. 물론 게임이 평가받는 기준이 자동사냥의 유무만은 아니겠지만 시간과 노력을 등지고 비주류 노선을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이는 게임의 과금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게임사가 소위 ‘합리적인 과금 정책’을 표방하며 신작을 발표하지만 이에 대한 유저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게임사와 장르에 따라 흔히 BM(business model)이라 일컬어지는 부분은 천차만별이다. 뽑기 기회를 제공해주거나,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특수한 아이템을 제공하는 등 손쉽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저들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아이템을 얻기 위한 시간을 과금으로 대신한다’라는 인식이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니다. 일반 유저들보다 직장과 가정생활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즐길 다른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항상 과금과 함께 거론되는 확률형 아이템과 과금으로 인한 유저 간 밸런스 붕괴 문제는 업계를 넘어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인 이슈로 커지고 있다. 게임이 도박 중독과 마찬가지로 질병 요인으로 분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복권보다 낮은 확률의 아이템을 슬롯머신처럼 제공하는 형태는 유저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BM의 낮은 신뢰도는 유저들의 불신으로 이어졌고 저레벨 단계 콘텐츠 난도가 조금이라도 높을 경우 게임사가 은연중에 과금을 유도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처럼 과금 유무에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느껴지게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게임사의 과금 정책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취지만 보자면 자동전투이건 과금 정책이건 문제될 부분은 없다. 자동전투는 어디까지나 유저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며 과금모델 역시 플레이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유저의 선택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다만 몇몇 게임들이 두 요소에게 적용되는 구절을 ‘과유불급’이 아닌 ‘다다익선’으로 해석했기에 유저들과의 의견 차이가 생겨났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최근 게임사들은 신작을 출시하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편의성을 조율하고 있다. 핵심 콘텐츠는 자동전투로 클리어할 수 없게끔 설정하거나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수동으로 재도전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등 일종의 고비를 설정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모바일게임의 발전에 따라 자동전투와 과금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모바일 기기 특성상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온라인게임의 수동 조작을 따라잡긴 어려우며, 과거 피처폰 모바일게임처럼 돈을 주고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이상 과금 정책은 모바일게임으로 직접적인 수익을 내는 몇 안되는 구조다. 

급격한 발전 속도에 맞춰 모바일게임은 편의와 합리의 중간 단계를 찾아가는 과정에 서있다. 믿음을 되찾기까지 사랑받은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는 몇몇 게임들이 자동전투와 과금 정책을 ‘필요악’이라며 휘두른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트렌드’란 명분으로 가려왔던 유저들의 시선과 이제는 마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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