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스'라는 이름은 네오위즈에게 아픈 기억이었고, 유저들에게 조롱의 도구였다. 개발기간 7년 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는 점은 그 흉터를 더욱 오래 남게 했다. 과거를 숨길 필요는 없다. 무엇을 배우고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 

네오위즈의 2019년 신작 라인업에 블레스 언리쉬드가 들어 있다. 작년 8월 깜짝 발표된 소식이었다.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반다이남코 아메리카에서 퍼블리싱, 그리고 IP만 남긴 채 모든 것을 콘솔 전용으로 새롭게 개발.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치 있는 도전이며, 동시에 가능성이 존재하는 도전이다.

네오위즈와 반다이남코는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아메리카 지부와의 협업이라면 네오위즈가 그리는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 반다이남코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초 공개했다는 점과, Xbox One 버전으로 첫 선을 보인다는 점 역시 아귀가 맞는다.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지명도를 갖춘 판타지 배경 MMORPG는 파이널판타지14 이후 한동안 등장하지 못했다.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는 장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경쟁력이 있는 전장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충분하다. 

현재 공개된 블레스 언리쉬드 트레일러는 서양 유저를 겨냥한 콘솔 액션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논타게팅 액션으로 타격감 구현에 힘을 쏟은 모습이 드러나며, 몬스터헌터나 다크소울처럼 방어와 회피를 통해 거대 보스를 상대하는 액션도 확인할 수 있다. 보편적인 탱딜힐 역할에서 탈피했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비록 블레스 전작에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지만, 호평을 받은 부분도 있다. 바로 세계관 구성과 스토리 짜임새다. ‘블레스 IP만 제외하고 다 바꿨다’는 박성준 총괄 디렉터의 발언은 블레스 세계관이 가진 힘에서 나온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에 더불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네오위즈는 국내 게임사 중 스팀 및 콘솔 시장에 가장 다양한 진출을 시도하는 곳이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특히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과감하게 PS4 독점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한 결과 게임 완성도와 사후 지원에서 호평을 얻으며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다. 비록 표본은 적지만 메타스코어 85점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탭소닉 볼드를 스팀에 얼리액세스로 출시했다. 출시 직후 평은 좋지 않았고 아직도 다듬을 점이 남아 있다. 그러나 매주 쉬지 않는 업데이트에 이어 모든 곡의 채보를 바꾸는 개편까지 단행하면서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스팀 평가 전체 긍정률은 60%에 불과하지만, 최근 평가는 91%로 '매우 긍정적'까지 올랐다.

블레스는 분명 시작과 함께 실패를 겪었다. 스팀 진출 역시 다방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며 혹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출시 직후 해외 유저가 동시에 5만 명 이상 몰리며 판매 1위까지 기록한 사실은 이 장르에 대한 서양의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네오위즈는 이제 걸음마를 뗀 루키와 같다.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긴 하지만 리듬액션 장르의 대중적 한계가 존재하고, 블레스 IP의 이미지는 이제부터 전환해야 한다. 

네오위즈는 가능성과 동시에 숙제를 쥐고 있는 셈이다. 어떤 과거라도 그로부터 배울 수 있기에 가치가 있다. 전작 블레스 온라인에서 부족했던 점, 블레스 스팀 진출 당시의 실수, 그밖에 스팀 및 콘솔 진출에서 겪은 시행착오까지 참고할 기록과 노하우는 충분히 쌓여 있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네오위즈에게 시험의 장인 동시에, 신항로를 개척할 필살기이기도 하다.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부담을 버리고, 마음 가는 대로 순수한 재미를 만들어내길 기다리게 된다. 모바일 RPG로 편중된 국산게임 시장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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