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에 이른 카페 사이에서 독특한 콘셉트로 차별화한 매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낮잠을 즐기는 수면 카페와 방탈출, 만화, 동물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오히려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트렌드의 한 축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VR(가상현실) 카페의 등장 배경도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 레디플레이어원 등 영상으로만 구현됐던 기술은 기기의 발전과 상용화를 거쳐 과거 PC방 열풍처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추세다.

처음 VR 카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반적인 카페나 PC방처럼 매장의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포켓몬고’나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등으로 비교적 익숙해진 AR(증강현실)과 달리 마니아 요소가 강한 VR 콘텐츠로 대중들을 사로잡겠다는 콘셉트는 아직까지 시기상조인 듯 보였다. 

우려 섞인 시선으로 입장한 VR 카페의 첫인상은 PC방, 아케이드 오락실, 멀티방, 콘솔 게임방 등 게임 문화를 주도했던 ‘방’들의 특징을 모두 벤치마킹한 선물 세트에 가까웠다.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VR 콘텐츠의 특성상 수용인원은 많으나, 각각의 부스와 기기 등으로 철저히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이처럼 구성 자체는 일반적인 PC방과 아케이드 오락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VR 기기 특유의 SF적 디자인과 연결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존 카페와 다른 차별화 포인트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다만 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는 좀처럼 답하기 어렵다. 우선 PC방, 아케이드 오락실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 차이가 크다. VR 카페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인 사용 요금은 30분에 1만 원 이상의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체험형 VR 콘텐츠를 포함해도 플레이 타임은 채 1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또한 40여 종 이상의 다양한 VR 게임을 구비했지만 단판 미니게임에 가까운 타이틀이 많아, 게임에 집중할만한 요소도 부족했다. 물론 VR의 특징이 더해진 공포와 시뮬레이션 장르는 기존 PC. 모바일게임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현장감을 선사하지만 ‘보는’ 재미보다 ‘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유저 입장에서 지속적인 방문을 약속할만한 타이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갓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기술에서 느껴지는 ‘미완성’ 게임의 느낌을 플레이 내내 지우기 어려웠다. 아직 게임이라 부를만한 퀄리티가 아니었고, 단순 체험에 가까운 콘텐츠들은 새로운 경험과 함께 불편함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완성형에 접어들어 응용 단계에 이른 키보드, 마우스에 비한다면 VR 기기와 컨트롤러는 아직까지 초기 모델이다. 실제로 유저의 동작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고 VR 기기를 착용한 유저의 시야와 직원의 시야가 다르다 보니 도움을 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30분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함께 VR 카페를 방문한 동료들 사이에서 ‘시간이 없어 아쉽다’는 감상은 없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궁금증은 잊을 수 없는 첫인상을 선사했으나 콘텐츠의 가벼움은 숙성이 필요한 날 것으로 표현될 만큼 미숙했다. 

공포와 시뮬레이션 장르의 가능성은 확인했으나 그 이외의 콘텐츠를 떠올릴만한 기반은 여러모로 부족함만 남았다. 

또한 VR 카페를 방문한 청소년 유저들에 대한 관리 체계도 빈틈이 있어 보였다. 직원의 통제 아래 간단한 안전교육 이후 자유롭게 게임을 고를 수 있는데 좀비와 고어 요소가 등장하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선택하는데 별도의 인증절차는 없었다. 

이러한 VR 카페의 빈틈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조훈현 의원이 제기한 VR게임의 미흡한 심의의 허점과 일맥상통한다. 표면적으로 콘텐츠가 심의 없이 유통되었음을 지적하는 바였으나 VR 카페가 대중화된 시점에서 폭력적인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발표한 예산자료에 따르면 올해 VR 콘텐츠 산업 육성 예산은 261억 원 규모로 이는 작년보다 120억 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최신 기술을 향한 지원 확대는 미래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딱히 반박할 거리 없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상용화 단계부터 잡음을 일으키는 문제 요소들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미 국내 게임업계는 ‘놀이’와 ‘문화’라는 범주 아래 사소한 문제들을 무시한 대가로 과몰입과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번의 실수가 용서받기 어렵듯, 확장 중인 VR 콘텐츠의 첫 단추를 꿰는데 보다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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