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라는 말은 정작 '인싸'들이 늦게 접하게 된 단어다. 

언젠가부터 젊은 세대 신조어에 이름을 올리더니, 각종 문화산업에서 '인싸 마케팅'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시초는 알 수 없으나 2015년경부터 각종 인터넷방송과 커뮤니티에서 조금씩 활용처를 넓히기 시작했고, '인싸 개그'라는 이름으로 유머가 퍼지며 하나의 밈으로 자리잡았다. 

젊은 문화상품인 게임 역시 빠질 리 없다. 인싸와 아싸 등의 말을 초창기부터 자주 쓴 곳이 게임이기도 하다. 2018년부터는 게임사들이 하나둘 인싸란 단어를 홍보문구에 올렸다. 

'인싸'를 가장 강조해 마케팅을 펼치는 곳은 단연 에픽게임즈다. 아예 '포트나이트 인싸 로얄(FORTNITE INSIDERS ROYAL)'이라는 이름으로 인플루언서 및 선수 매치 이벤트를 진행한 적도 있고, 포트나이트 국내 공식 홍보 영상에서도 '인싸들이 즐기는 게임' 이라는 메시지를 적극 활용했다.

그밖에 국내 여러 게임들이 '인싸'를 강조하며 마케팅을 펼쳤다. 인싸를 잡으면 대중적 흥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효과가 있었고, 게이머에게 인싸란 어떤 존재일까. 그것을 되짚다 보면 무심코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잠깐만요, 이거 '서순'이 좀"

'인싸'와 '아싸'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겠다. 탄생은 '아싸'가 먼저였다. 아웃사이더의 준말, 즉 무리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단순히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현실보다 온라인 관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 바깥 활동보다 집에서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 등 여러 스펙트럼에서 '아싸'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이에 반대말로 등장한 단어가 바로 '인싸'다. 현실 관계에서 두루두루 친해지며, 각종 모임에 빠지지 않고 친분을 자랑하면서도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 대중적 유행에 민감한 사람도 여기로 분류된다. 물론 인싸와 아싸는 상대적 개념이고 각자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특정인을 명확히 구분짓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싸'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의미로, 서브컬처에 관심 없이 극히 대중적인 취향을 즐기는 사람을 두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사와 대비된 개념의 '머글'이라는 호칭을 쓰기도 한다. "요즘은 머글도 페이커는 알더라" 와 같은 식으로. 크게 보면 서브컬처 콘텐츠에 얼마나 관심이 빠른가를 통해 두 갈래로 나뉜다고 볼 수도 있다.

'인싸'를 잡으면 국민적 게임이 되는 것은 맞다. 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젊은 세대라면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정도는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중 상당수는 직접 즐기기도 한다. 

문제는 유저 입맛을 잡는 '서순'에 있다. 하스스톤에서 카드 내는 순서가 틀렸을 때, 말 그대로 순서를 틀리게 적은 말인 '서순'은 이런 경우 쓰기 적합하다. 유저 입맛을 인싸에 먼저 맞추는 것과 아싸에 맞추는 것, 어떤 방향이 대체로 맞는지는 위의 게임들로 설명된다.

대부분의 인기게임은 '아싸'로부터 시작했다. LoL이 한국에 서비스되고 인기 1위에 오른 것은 2012년 상반기부터지만,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코어 게이머들이 북미 서버를 이용하며 게임 재미에 대해 입소문이 알음알음 퍼진 것이 토대가 됐다. 

이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며 화제가 화제를 낳았고, '페이커' 이상혁이 세계 최고의 스타 선수로 군림하면서 대중적으로도 화제가 절정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LoL의 한국 PC방 점유율이 최고조를 달린 시기가 2014년경이었던 것도 근거 중 하나가 된다.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 역시 베타 테스트 및 얼리액세스 시기부터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해외 인싸와 한국 인싸의 취향이 과연 같을까. 아니, 그 전에, 서양 지역 인싸를 한국과 같이 구분할 수 있을까.

북미와 유럽 지역은 아시아 지역에 비해 게임으로 대표되는 서브컬처와 일상이 크게 분리되지 않은 편이다. 동네 펍에 모여 오버워치 리그를 관람하며 연고팀를 응원하고 승리에 크게 환호하거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용 콘솔 게임을 함께 즐기는 모습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 트렌드를 '인싸'가 이끄는 셈이다.

문화가 다른 지역은 아싸와 인싸의 구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방향도 마찬가지로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결국 한국 게이머의 입맛을 잡는 정석 '순서'는 서브컬처에 강한 코어 게이머가 먼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대작이라면 더욱.

'아싸'보다 '인싸'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애니팡 열풍이 대표적이다. 최근은 프렌즈팝이나 프렌즈마블 등 카카오프렌즈 IP를 내세운 캐릭터게임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게임들은 공통점을 가진다. 귀여우면서 친숙한 그래픽이고, 게임을 어쩌다 한번 하는 사람이라도 곧장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쉽거나 익숙하다. 요약하자면 캐주얼게임에 어울리는 마케팅 방향이다. 친구들과 쉽게 시작할 만한 소셜 캐주얼, 그리고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끄는 가상현실(VR) 체험 카페도 비슷한 결을 그리고 있다.

'서순'이 틀리지 않으려면, 아싸 마케팅이 어울리는 옷인지 타게팅 파악을 먼저 철저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어떤 방송인은 "아싸가 모이면 인싸가 된다"는 발언을 남겼다. 어쩌면 지금 게임 마케팅은 '아싸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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