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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꿈꾸는’ 게임문화, 외견만큼 내실도 중요하다
송진원 기자 | 승인 2019.01.31 15:22

TV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시청한 부모님께서 놀라신 일이 있었다. 익숙한 서울 구경이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PC방과 OGN e스타디움은 아직까지도 중장년층 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인 듯했다. 

스타크래프트로 포문을 열었던 초창기 PC방의 모습과 비교하면 굉장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담배연기 자욱한 어두운 조명 아래 재떨이와 높게 쌓인 컵라면 용기는 대중성과 다소 거리가 멀었다. 음침한 아저씨들과 노는 형들의 소굴로 인식됐던 장소는 커플들이 사이좋게 오버워치를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게임을 ‘보는’ 문화에 큰 관심을 보이셨다. 놀이로만 생각됐던 게임이 축구, 야구 등과 같은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부모님 기준에서 크게 놀랄만한 일이었던 것 같다. 60이 넘으신 두 분이 ‘한 번 가봐도 재밌겠다’라는 말씀 하셨을 때 그간 게임 업계가 얼마나 대단한 변화를 이뤄냈는지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게임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문화로 활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폭넓은 대중성에 힘입어 게임, 만화, 소설, e스포츠 등 다양한 형태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PC방이나 전용 경기장, 2차 창작물 마켓 등도 자연스럽게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e스포츠 활성화 사업에 88억 4천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는 지난해 25억 800만 원에서 약 2.5배 증가했다. 또한 오거돈 부산 시장은 지난 지스타에서 게임전시 및 체험관, e스포츠 경기장이 포함된 약 1,000억 원규모의 게임융복합타운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사업을 확장하기 이전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서순이다. 행사에 앞서 장소를 마련해야, 그에 걸맞은 예산과 구성으로 계획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대외적으로 발효한 지원 계획과 육성 방안을 통해 게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인식 개선과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고성능 하드웨어에 좋은 소프트웨어가 담겨야 하듯, 인프라에 걸맞은 운영계획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번듯한 체험관과 경기장이더라도 마땅한 행사 없이 먼지만 쌓이는 광경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특히, 대다수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적자운영 중임을 감안했을 때,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운영 계획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e스포츠 상설 경기장 조성 계획의 경우 기존 경기장, 공연장, 문화 시설 내부에 e스포츠 시설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대회가 없는 날에도 장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정규대회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동호인 대회에도 활용될 예정이라, 계획에 따라 인식 개선과 수익성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오버워치 리그를 비롯한 e스포츠 대회에서 지역 연고제 등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팬 서비스와 굿즈 판매 차원의 이익을 떠나 상설 경기장을 통한 아마추어 선수풀 확장까지 노려볼 수 있다. 축구, 야구 등의 소위 ‘명문’ 구단이 유소년 교실과 청소년 팀을 운영해, 에이스를 선발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물론 이전에 없던 영역을 개척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축구, 야구와 달리 게임은 게임사가 관리하는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등 e스포츠를 주요 콘텐츠로 삼은 게임사라면 모르겠지만 RPG, 퍼즐, 육성 시뮬레이션 등에 주력한 게임사가 많은 비용을 사용하며 오프라인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할만한 명분은 다소 부족하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듯 보이지만 인프라에 걸맞은 신규 콘텐츠는 생각 이상으로 방대하다. 게임은 캐릭터, OST, 배경 등으로 이루어진 문화 요소의 집합체다. 음악회를 비롯해 패션쇼, 굿즈 장터 등이 주기적으로 열리는 사회에서 게임의 수익성과 잠재력을 굳이 e스포츠 대회와 간담회만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복합적인 속성만큼 가능성도 다양하다. 때문에 스포츠, 영화, 도서 등 기존 문화 콘텐츠와 다른 양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이 다른 것처럼, 게임 역시 확장 중인 인프라를 감안할 필요가 있고 무엇 보다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는 운영이 필요하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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