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주말에 설날 일정이 겹치면서 5일간의 ‘황금연휴’가 성사됐다. 자고로 설날이라 하면 온 가족이 고향으로 내려가 오순도순 모여 만두를 빚는 날이지만, 한편에 모셔뒀던 게임 타이틀을 공략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간이기도 하다.

유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연휴 일정에 최적화된 게임은 ‘엔딩’의 유무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의 PvP 콘텐츠 게임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5일간 달성할 목표 티어를 정해, 도전하는 과정 또한 동기부여 측면에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연휴 기간 동안 조카들을 떠맡게 된 삼촌들이 어디로 향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또한 그 친구들과 매치가 같이 잡히는 수준에서 마음먹는다고 티어를 올릴 수 있는 실력인지도 같이 떠올려보자. 남자라면 직진이라지만 물러날 때를 알면 ‘현재 티어라도 보존할 수 있는 자’ 즉, 현자다.

때문에 PvP 콘텐츠를 제외한 나머지 장르에서 설날 연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게임 위주로 선택해봤다.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의 게임들 중 설 연휴 동안 여유롭게 엔딩을 볼 수 있는 두 가지 게임, 더 롱 다크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다. 

더 롱 다크 : 겨울밤에 최적화된 서바이벌 어드벤처

공포 게임급 작명 센스에 구매를 망설였던 타이틀이지만 겨울밤 특유의 고요함을 살린 서바이벌 어드벤처 게임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던 와중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전자기 폭풍으로 인해, 유저는 캐나다 설산 지대로 추락하게 되고 주변 환경을 활용해 생존해야 한다. 

카툰 렌더링으로 디자인된 그래픽에 서바이벌 어드벤처 게임치고 입문 난도가 낮은 편이라 현실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잔잔한 배경음악과 캐나다 설산의 풍경,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모험 요소가 조화롭게 더해지면서, 더 롱 다크만의 매력을 형성한다. 

생존과 모험 요소만 보면 머릿속에서 ‘베어 그릴스’가 손을 흔들고 있을지 모르지만 더 롱 다크는 20분짜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전개 속도 자체가 다르다. 급박한 배경음악도 없고, 친절한 설명도 없다. 눈 내리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산속에서 몇 날 며칠이고 얼어 죽지 않는 것이 지상 최고의 과제다. 

‘그럼 졸리지 않을까요?’

이 질문이야말로 눈 내리는 설날 연휴, 창문을 활짝 열고 더 롱 다크를 플레이해야 할 이유를 설명해준다. 다소 과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VR도 구현하지 못했던 현장감에 빠져들면, 매년 설날 즈음 더 롱 다크를 설치하고 창문을 열게 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생존 모드로 넓은 캐나다 설산을 자유롭게 누비는 것도 좋지만, 5일간의 연휴라면 스토리 모드 ‘WINTERMUTE’ 플레이를 추천한다. 비행기가 추락한 배경은 동일하지만 주인공의 이야기와 텍스트들, 마을의 숨겨진 비밀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첫 번째 마을에서 만날 ‘잿빛 어머니’와의 대화는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5일의 연휴, 5개의 에피소드, 그 이상의 여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게임이지만 실질적인 플레이 타임은 5일 이상 걸릴 수 있는 작품이다. 스토리 자체는 비교적 짧다. 주인공 ‘맥스’가 어느 날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을 얻게 되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5가지 에피소드로 나눠서 구현했다. 

표면적으로 하이틴 드라마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선택에 따라 ‘내가 무슨 짓을 했지’라고 후회할 정도로 충격적인 전개가 벌어지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선택지가 누군가의 지옥으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고민을 유저에게 던져준다. 

게임 템포 자체가 빠른 편은 아니다. 교내에서 벌어진 일들을 탐정처럼 조사하기도 하고, 친구와의 대화 선택지를 일일이 선택하기에, 1개의 에피소드도 몇 시간씩 곱씹어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인간관계와 달리 선택지에 따른 결과가 상당히 직관적이고 빠르게 연결돼, 게임의 분위기가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또한 고등학생 소녀의 학교생활 이야기치고 상당히 수위 높은 전개가 펼쳐져, 선택에 따라 ‘SKY 캐슬’마냥 친구들이 여럿 다치고, 여럿 죽을 수 있다. 

특히, 시드 매터스의 Obstacles와 포울스의 Spanish Sahara 등의 BGM은 여유가 된다면 가사와 함께 즐길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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