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모바일게임 업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모에화’ 요소를 필두로 한 미소녀 게임의 대중화다. 

과거 마니아적 장르로 평가받던 미소녀 게임은 소녀전선과 벽람항로 등의 흥행에 힘입어, 어느덧 캐주얼, MMORPG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에픽세븐과 라스트오리진 등 국내 개발사의 작품 또한 대열에 합류하면서, 장르의 역주행 현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작 출시와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불거지는 ‘등급’ 문제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소녀전선의 경우 출시 이후 자체 등급 분류제도에 의해 12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면서, 기준에 걸맞은 대대적인 일러스트 수정이 진행됐다. 또한 벽람항로 역시 작년 7월, 국내 게임 서비스 관련 기구의 요청으로 인해 캐릭터 수영복 스킨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자체 등급 분류제도를 사이에 두고 게임사와 게임물관리위원회 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조정 과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결국 유저들이었다. 실제로 에픽세븐은 ‘루나’ 출시 당시 일러스트 변경으로 유저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는데, 그 배경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기준이 있었다. 

12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인 에픽세븐에 적용되는 선정성 등급 분류 기준은 ‘성적 욕구’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이다. 덧붙이자면 15세 이용가는 ‘여성의 가슴과 둔부가 묘사되나 선정적이지 않은 경우’에 해당되며, ‘선정적인 노출이 직접적이고 구체적 묘사’가 있을 때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스마일게이트는 루나의 일러스트가 12세 이용가에 다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 변경으로 게임의 등급 재분류는 막았으나, 기존 일러스트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던 유저들의 반발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 분류 시 고려하는 선정성, 폭력성, 반사회성, 언어, 사행성 총 5가지의 기준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청소년에게 미칠 유해성보다 게임을 향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드러내, 게임 질병화 코드 등의 문제에 대해 업계 스스로 통제 가능한 부분임을 증명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분야를 불문하고 체계적인 관리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분류한 5가지 사항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작품을 심사할 때 적용한 기준은 다소 추상적이다. 

특히, 선정성과 반사회성의 평가 기준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만한 부분이 있다. ‘성적 욕구를 자극한다’ 혹은 ‘선정적이지 않는 경우’, ‘반사회적 내용’ 등의 기준은 등급 분류의 요소지만 구체적인 예시나 제한선이 제시되지 않아, 유저들의 혼란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국내 게임의 포괄적인 등급 기준을 제시하는 기관에서 판단 요소로 ‘상식’을 적용하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스커트와 머리 길이처럼 시대가 바뀔수록 상식의 기준 또한 변하기 마련인데 기준이 애매할수록 위원회가 게임에 대한 영향력을 입맛대로 발휘한다는 오해까지 번질 수 있다. 

더구나 애매한 기준만큼이나 적용 대상 또한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문제점 중 하나다. 몇몇 3D 모바일게임의 경우 선정성으로 지적받았던 미소녀 캐릭터급 노출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수정 절차 없이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정성에 대한 위원회의 신뢰까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등급 분류는 또 다른 관점에서 ‘규제’와 연결되므로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임은 분명하다. 개발자가 초기에 기획했던 스타일에 직접적인 상한선을 긋다보니 데스티니 차일드나 라스트오리진처럼 처음부터 청소년 불가 등급을 산정하고 출시되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민감한 문제라 해서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피할 수는 없다. 작품이 다양해지고 대중화됨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많아지고 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유해성 문제를 업계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음을 증명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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